[AZ 스토리] '유턴파' 병호·현수·재균의 다른 듯 닮은 韓 적응기
OSEN 최익래 기자
발행 2018.02.28 06: 05

유달리 '유턴파'가 많은 시즌이다. 미국에서는 실패를 맛보고 돌아왔지만 국내 경쟁력만큼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이들은 다른 듯 닮은 방식으로 한국야구에 적응 중이다.
메이저리거의 한국 복귀. 신호탄은 황재균이었다. 지난 시즌에 앞서 샌프란시스코와 스플릿 계약하며 미국 무대를 밟았던 그는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국내 복귀를 일찌감치 선언했다. 몇몇 구단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았지만 '진정성'을 앞세운 kt와 손잡았다.
그 다음은 박병호였다. 박병호는 2015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와 4+1년 최대 1800만 달러(당시 약 208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미네소타와 2+1년의 계약이 남았지만 박병호 측이 해지를 요청했다. 미네소타 측은 이를 수용했다. 넥센은 연봉 15억 원에 박병호를 품었다.

방점은 김현수가 찍었다. 김현수는 2016시즌 앞두고 볼티모어와 2년 계약했다. 지난 시즌 도중 필라델피아로 트레이드되는 등 아쉬움을 남긴 채 LG와 4년 총액 115억 원에 계약했다.
박병호는 2011년부터 미국 진출 전까지 넥센에서 뛰었다. 복귀 과정에서도 넥센 수뇌부 측의 적극적인 구애가 한몫했다. 때문에 적응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미국 애리조나 캠프에서 만난 박병호는 "감독님은 바뀌었지만 코치님이나 선수들이 대개 비슷하다. 적응 시간이라는 게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팀을 옮긴 황재균이나 김현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황재균은 "선수들이 잘해줘서 적응 잘하고 있다. (윤)석민이 형, (박)경수 형은 물론 후배들도 서슴없이 다가온다"고 밝혔다. 실제 그는 강백호 등 후배 선수들과 농구하는 영상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잠실 라이벌' 두산에서 LG로 옮긴 김현수도 마찬가지. 그는 "몇몇 선수와는 친해졌고, 또 몇몇은 아니다. 원래 시간이 필요한 것 아니겠나"라고 시니컬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LG 동료들이 그에게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타격에 대한 궁금증을 묻는 건 물론 개인적으로도 장난을 걸고 있다. 김현수 역시 박용택 등 고참급 선수들에게 먼저 타격 기술적인 부분을 묻는다. 소통으로 조금씩 친분을 쌓아가고 있다.
적응을 마친다면 그 다음 단계는 실력으로 보여줄 차례다. 프로 선수인 이상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팀이 처한 현실 탓에 이들의 목표는 다소간 다르다. 황재균은 '탈꼴찌 이상'을 자신했다. 그는 "나 말고도 좋은 선수가 많다. 내가 가세해서 '탈꼴찌'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마침 올라갈 때가 됐는데 타이밍 좋게 내가 가세한 것 뿐이다. 나만 잘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5할 승률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현수와 박병호는 조심스레 '우승'을 입에 담았다. 김현수는 두산 시절이던 2015년 우승을 처음 맛봤다. 그는 "2015년을 돌아보면, 솔직히 어느 팀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그저 두산에 남고 싶었다. 꿈 때문에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지만 그 꿈을 망설일 만큼 행복했던 순간이다. 단언컨대, 야구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순간이다"라며 "LG에서도 그 기쁨을 느끼고 싶다"고 밝혔다.
박병호 역시 마찬가지. 그는 "예전 넥센 소속일 때는 늘 '가을야구가 목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승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높아진 것이다. 감독님의 뜻이 그렇고 코칭스태프, 모든 선수들의 생각이 일치한다. 잘 만들어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세 명이 복귀한 만큼 스토리도 그만큼 늘었다. 이들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에 따라 그 이야깃거리의 엔딩은 행복과 불행을 넘나들 것이다. 그 자체로도 흥미로운 2018시즌이 될 전망이다. /i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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