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불펜은 지난해 내내 고질병이었다. 올해도 이 부분에 대한 트레이 힐만 감독의 고민은 깊다. 당장 올해는 물론, 장기적으로 봤을 때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 SK가 희망을 보고 있다. 불펜에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 외부 수혈이 아니다. 내부에서 신선한 답이 나오고 있다. 바로 우완 윤희상(33)이다. 지금까지 선발로 뛰며 SK 마운드의 한축을 이뤘던 윤희상은 올해부터 불펜투수로 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선수가 스스로 불펜 전향을 이야기했고, 시즌 준비도 불펜으로 했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서도 불펜투수의 일정을 따른다.
불펜에서는 기대치가 크다. 윤희상은 팔꿈치 통증 이후 평균구속과 스태미너가 다소간 떨어졌다. 선발은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하는 만큼 완급조절까지 하다 보니 더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1이닝을 막는 불펜투수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불펜을 담당하는 최상덕 1군 투수코치는 “전력을 다해 1이닝을 던지는 불펜투수라면 140㎞대 중반을 넘어 후반도 던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 코치는 “결코 느린 공이 아닌데다 포크볼이라는 확실한 무기가 있다. 1이닝이라면 빠른 공과 포크볼 조합으로도 막아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경험이 많고, 경기운영능력이 뛰어나며, 던질 수 있는 변화구의 완성도도 수준급인 만큼 접전 상황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이라는 추론은 가능하다. 선발로 뛸 때도 공의 힘이 떨어진 4회 이후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을 뿐, 경기 초반에는 비교적 안정감이 있었다. 이제는 대개 1이닝 전후만 책임지면 된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전향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도 다르고, 연투도 해야 한다. 아무래도 처음에는 관리가 필요하다. 휴식일을 챙겨주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윤희상이 불펜에 자리를 잡으면 그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확실한 필승조 요원이 더 생기는 것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은연 중에는 중용에 대한 의사도 읽힌다. 힐만 감독은 윤희상에 대해 “지켜봐야겠지만 소화이닝을 1이닝으로 제한하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면서 “윤희상을 6~7회에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개 6~7회는 선발투수가 내려간 뒤 불펜이 가동되는 시기다. 이기는 경기에서 윤희상을 활용해 마무리로 가는 징검다리를 확실하게 놓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윤희상은 27일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서도 8회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리드시,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윤희상 카드를 적절히 쓰겠다는 계획이 묻어난다. 현재 상태도 나쁘지 않다. 아직 컨디션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최고 구속은 145㎞가 나왔다. 윤희상도 구속이 좀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 중이다. SK의 불펜 문제가 예상 외로 가까운 곳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