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던지는데도 150㎞가 그냥 나온다. SK의 새 외국인 투수 앙헬 산체스(29)의 빠른 공은 ‘진짜’다. 하지만 산체스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자신한다. 화려한 ‘강속구쇼’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산체스는 27일 일본 오키나와 나하시 셀룰러스타디움에서 열린 요미우리와의 연습경기에 선발 등판,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오키나와 첫 연습경기를 마쳤다. 전체적으로 아직 몸 상태가 100%는 아닌 상황. 수비 도움도 있었다. 그러나 1군 선수들이 몇몇 포함된 요미우리 타선을 상대로 많은 땅볼을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는 점은 의미가 컸다.
주위의 시선도 괜찮다. 손혁 투수코치는 “전체적으로 괜찮다. 밸런스가 좋다”면서 “커터성 패스트볼이 타자들의 땅볼을 잘 유도했다. 던질 수 있는 구종도 많은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날 산체스의 공을 받은 포수 이재원은 “빠른 공에 힘이 있고,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오늘은 공이 뜨는 것도 없었다”면서 “구단이 좋은 선수를 뽑아온 것은 분명하다”고 확신했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일본 취재진도 산체스의 강속구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날 산체스는 공격적인 투구 덕에 투구수도 33개로 많지 않았다. 이중 포심패스트볼이 19개, 컷패스트볼이 4개로 패스트볼 계열 비중이 높았다. 포심 최고 구속은 154㎞, 커터는 148㎞가 나왔다. 커터의 궤적은 사실상 슬라이더를 방불케 했다. 단순히 공 한 개가 아니었다. 포심 평균구속이 151㎞였다. 최고 143㎞의 체인지업은 6개, 최고 132㎞의 커브는 4개를 던졌다. 공이 어마어마하게 빠른 선수임은 분명하다.
산체스도 이날 자신의 투구 내용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산체스는 “첫 등판이라 1회에는 다소 흥분했는데 두 번째 이닝부터는 안정을 취했다. ‘천천히’라는 것을 의식하고 던졌다”면서 “변화구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체인지업으로 땅볼을 유도했던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 현재 시점에서는 안 좋다고 할 만한 부분은 없고, 다소 엇나가는 부분이 있더라도 배워간다고 생각하면서 던지겠다”고 설명했다.
포심 평균 151㎞의 구속도 대단하다. 그러나 이것이 한계는 아닌 것 같다. 아직 100% 느낌은 아니라고 말한다. 산체스는 “시즌 개막 때는 만족스러운 정도까지 올라올 것 같다”고 미소를 지으면서 “지금 당장 최고의 구속을 내기는 아마도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고 몸이 더 풀리는 상황이 되면 지금보다 구속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산체스는 삼진을 잡기보다는 맞혀 잡는 것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진쇼도 볼만하지만, 어차피 똑같은 아웃카운트 하나다. 선발 풀타임에 도전하는 산체스로서는 효율적인 패턴으로 투구수를 줄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손혁 코치도 “결국 7회까지 100개 정도의 공으로 이닝을 막아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남은 캠프의 주안점을 짚었다. SK는 산체스를 1년만 생각하고 데려온 것이 아니다. 2~3년을 기대하는 투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순조로운 흐름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