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및 공연 예술계에 연일 미투 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폭로가 나왔다.
27일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 SNS 페이지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1990년대 말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한 A씨는 2학년 때 러시아 유학파 출신의 배우 K교수에게 강의를 들었다.
글쓴이는 K교수와 독립영화에 캐스팅돼 스승이자 배우로 더욱 깊게 존경하고 신뢰했다고. 하지만 그는 모텔에서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지속적인 관계를 강요 받아 불안하고 두려웠다고 밝혔다.
A씨는 "K교수는 성폭행을 저지른 이후로 저를 노예처럼 부렸다. 아내와 저를 자주 만나게 했다.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다며 저를 식모로 데려가겠다고 했다"고 폭로했다.
관계가 밝혀질까 두려웠던 A씨는 성폭력 피해자라는 생각보다 '내가 못나서'라는 자책에 빠져 자해했다고 털어놨다.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3년간 자살시도를 반복했다고 했다.
그는 "3년 후 학교에 복학했다. K교수는 경기도 타 대학에서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로 옮겨왔고 전임교수가 됐다. '세종대왕'이라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 성폭력 가해자를 교수님이라 부르며 지도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졸업 이후 대학로 현장에서 오디션을 거쳐 배우 생활을 시작했지만 K교수에게 당한 성폭력과 이후 뻔뻔한 행태, 무소불위의 권력을 보며 29살 때 다시 자살시도를 했다고 적었다.
그는 "가해자는 멀쩡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수많은 피해자들은 왜 학교, 연극계, 사랑하던 연기와 예술을 떠나야 하는지 궁금하다"며 "K교수의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모교 후배들과 대학로의 배우들을 지켜줄 수 있길"이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폭로글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네티즌들은 유학파 출신의 배우 겸 교수로 재직 중인 K씨를 지목하며 진실규명을 바라고 있다. /comet568@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