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임새가 많아 보인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백민기(28·두산)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지난해 12월 5일 두산은 롯데로 이적한 FA 민병헌이 보상 선수로 외야수 백민기를 지명했다. 두산의 보상 선수가 백민기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사람은 의문을 품었다. 백민기는 2013년 롯데에 입단해 2015년 군 입대 전까지 1군 출장은 47경기 출장에 그쳤고, 타율은 7푼7리(26타수 2안타)에 머물렀다.
1군에서 보여준 것도 많지 않고, 그렇다고 나이도 20대 후반으로 적은 편도 아니었다. 여기에 두산의 외야진은 10개 구단 중 가장 탄탄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롯데 육성군 코치 출신 김태균 코치를 비롯해 공필성, 조성환 등 롯데에서 오랜 시간 뛰었던 코치의 조언이 있었다고 하지만, 4년 연속 3할타율-두자릿수 홈런을 친 민병헌이 떠난 아쉬움을 달래기에는 아쉬움일 남을 수 있는 카드로 보였다. 팬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싸늘할 수밖에 없었다.
백민기 역시 자신을 향한 이런 시선을 알고 있었다. 지명 당시 백민기는 "빨리 기회를 잡아서 팬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도록 하겠다. 그래야 나를 지명해준 두산도 나쁜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이제 유망주라는 나이는 지났다. 꼭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백민기의 다짐은 1차 스프링캠프부터 이뤄지기 시작했다. 지난 2월 1일부터 23일까지 호주에서 실시한 1차 스프링캠프에서 백민기는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입단 당시부터 장점으로 꼽혔던 빠른 발과 더불어 안정적인 수비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김태형 감독도 "괜찮은 선수다. 송구나 공을 잡는 등 수비도 좋고, 발도 빠르다"라며 "기존 선수와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태형 감독의 칭찬은 '립서비스' 차원이 아니었다. 백민기는 실전 위주로 진행되는 2차 스프링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며 25일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만큼 백민기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현재 민병헌이 떠나면서 외야진을 채울 선수로 새로운 외국인 선수 지미 파레디스와 함께 정진호, 국해성, 조수행 등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2군에는 김인태, 이우성 등 잠재력이 풍부한 유망주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이제 백민기까지 가세했다.
외야 한 자리의 주인과 백업 선수 구성은 2차 스프링캠프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을 흐뭇하게 한 백민기의 모습은 치열한 두산 외야 경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기에 충분해 보였다. /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