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재현에 이어 연극배우 한명구도 성추문에 즉각 사과를 전하며 자숙의 뜻을 밝혔다. 성폭행 근절을 외친 ‘미투 운동’의 성과가 하나씩 빛을 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25일 오후 연극배우 한명구는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죄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밝혔다. 그는 사과문에서 “씻을수 없는 상처를 준 피해 학생들에게 깊이 깊이 사죄드린다”라며 자신이 교수로 몸 담았던 극동대학교와 서울예대에도 사과를 전했다.
한명구는 사과문에서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충격을 받으신 대학과 학생들에게 마음 깊이 사죄드린다”라며 “저 스스로를 다스리지 못한 잘못된 행동으로 많은 상처와 아픔을 드렸다. 저는 잘못 행동하고, 잘못 살아온 것에 대해 뼈져리게 반성하고 있다. 이제 저는 교수직과 예정되어 있던 공연 등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앞서 2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연극계의 유명배우인 ‘H선생님’이 학생들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폭로글이 연달아 올라와 대중을 충격에 빠뜨렸다. 해당 글에는 상당히 구체적인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어 신빙성을 높였고, ‘H선생님’은 한명구로 지목돼 눈길을 모았던 바다. 결국 한명구는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히며 피해자들에 사죄했다.
이는 법조계에서 시작돼 예술계로 번진 ‘미투 운동’의 결과물이다. ‘미투 운동’은 SNS를 기반으로 진행되는 성범죄 퇴치 운동으로, 성범죄 피해 사실을 밝히며 그 심각성을 알리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연극연출가 이윤택, 오태석 등이 성추문에 휩싸였고, 몇몇 배우들도 이름이 거론돼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배우 조재현도 앞서 ‘미투 운동’을 통해 성추문에 휩싸였다. 그는 지난 24일 공식입장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사실로 인정하고 속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재현은 “30년 가까이 연기생활하며 동료, 스태프, 후배들에게 실수와 죄스러운 말과 행동도 참 많았습니다. 저는 죄인입니다. 큰 상처를 입은 피해자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속죄의 시간을 보내겠다고 밝혔다.
조재현에 이어 한명구도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자들에 용서를 구했다. 만약 ‘미투 운동’이 없었다면 이들의 잘못된 행동들은 ‘관례’라는 이름으로 공연계, 연예계의 추악한 한 면으로 남을 뻔했다. 하지만 용기 있는 사람들이 ‘미투 운동’을 통해 관행이란 잘못된 이름으로 자행된 성폭행, 성추행들을 모두 뿌리 뽑겠다고 나섰고, 그 덕분에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그들의 사죄를 받을 수 있었다.
‘미투 운동’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누군가는 익명으로, 이니셜로 진행되는 ‘미투 운동’을 악용하려 하고, 누군가는 ‘미투 운동’에서 폭로되는 성범죄들을 “오랜 관행일 뿐”이라며 외면하고 있다. 하지만 폭로의 중심에 놓인 가해자들의 연이은 사과로 ‘미투 운동’은 그 진정성을 발휘하고 있다. 용기 있는 사람들이 깬 침묵, ‘미투 운동’이 계속 대중의 관심을 받고 그 힘을 이어가길 바란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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