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좋은 배우들이 많이 발견되길"
신원호 PD는 지난해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공개되기 전 기자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 '응답하라' 시리즈 때부터 인지도 낮은 배우들을 대거 기용하며 새로운 별들을 찾아낸 '프로 발굴러'인 그의 진심이었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캐스팅 매니저의 추천 외에도 직접 연극 무대나 작품을 감상하며 무명 배우들을 발굴해왔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에도 무명의 연극 배우들이 여럿 출연해 뜨겁게 사랑을 받았던 바다.
이들은 신원호 PD에게 크게 고마워했다. 연극 무대도 좋지만 TV 매체를 통한 폭발적인 인기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기도. "다른 연극 배우들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는 포부까지 내비치는 경우도 많았다.
덕분에 연극판 출신 배우라면 믿고 본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신원호 PD가 연극계에 전반적인 희망과 호감도를 높인 셈. 하지만 몇몇 배우들과 연출진이 제 살을 깎아먹었다. 최근 연극계는 믿고 보는 판에서 성추문으로 얼룩진 곳으로 전락했다.
연극계 대부로 불렸던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과 오태석 극단 목화 연출가에게 상습적인 성폭행 및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연일 쏟아져 나오며 미투 운동이 훨훨 타오르고 있다.
연극계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피해자들이 뒤늦게나마 용기를 낸 덕분이었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는 한데 뭉쳐 더욱 커졌고 마침내 이들을 밀어낼 만큼 큰 힘을 갖게 됐다.
연일 쏟아지는 폭로에 선량한 연극 배우들과 관계자들은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최희서, 김태리, 김지우 등 여배우들은 공개적으로 미투 운동을 지지했고 오랫동안 연극 무대에서 활동한 이규형 역시 진심을 다해 응원했다.
물론 연극계 모두가 더러운 건 절대 아니다. 일부 가해자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꼬리에 꼬리를 문 이번 성추문 사건으로 공연 연극계 이미지가 나빠진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모두를 안타깝게 만드는 대목이다.
연극 뮤지컬 등 공연을 사랑하는 관객들은 25일 '위드 유' 집회를 열고 퍼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할 계획이다. 이들의 집회 구호 중 일부는 "시대정신 희망이라던 연극에서 성범죄자 침묵방관 웬말이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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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