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드림'이 조금씩 현실로 바뀌고 있다. 라이언 피어밴드(33·kt)는 팀 동료 더스틴 니퍼트(37·kt)처럼 '장수 외인'을 꿈꾸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피어밴드는 '미운 오리'였다. 2015년 넥센에 입단해 첫 시즌 30경기서 13승11패, 평균자책점 4.67로 준수했다. 그러나 2016년 19경기서 5승7패, 평균자책점 4.34를 기록한 채 웨이버 공시됐다. 외인이 말썽이던 kt는 요한 피노를 대신해 피어밴드 영입에 성공했다. 피어밴드는 kt 이적 후 12경기서 2승6패, 평균자책점 4.16을 기록했다.
재계약은 불투명했다. kt는 새 외인 돈 로치를 데려왔다. 이때 kt는 "1선발급 투수를 추가로 영입하겠다"고 밝혔다. 피어밴드는 어디까지나 '보험'이었다. 그러나 외인 물색에 실패한 kt는 결국 피어밴드와 재계약했다.
이는 전화위복이었다. 피어밴드는 지난해 26경기서 8승10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미운 오리가 백조로 탈바꿈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피어밴드는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kt 창단 최초로 타이틀 홀더가 됐다. 피어밴드는 시즌 후 kt와 105만 달러 재계약에 성공했다.
피어밴드는 kt 스프링캠프에서 또 한 번의 백조 신화를 위해 담금질 중이다. 그는 "몸 상태가 좋다. LA에서 연습 경기 치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준비가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kt 팬들은 피어밴드와 재계약이 불발되지 않을까 염려했다. 하지만 피어밴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처음부터 kt에 남을 계획이었다. "많은 승수를 쌓지는 못했다. 하지만 kt와 함께하고 싶었다. 어린 선수들이 제 기량 발휘하는 걸 직접 보고 싶었다. 재계약에 망설임은 전혀 없었다".
지난해 맹활약으로 피어밴드 향한 대접이 달라졌다. 이제 니퍼트와 함께 에이스를 두고 다투는 입장이다. 피어밴드는 "에이스 자리가 탐난다. 지난해 내가 보험이었다는 건 알고 있다. 한국 생활 자체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시즌 끝나고 시선이 달라지지 않았나. 잘하는 사람이 에이스가 된다. 니퍼트와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피어밴드는 훈련 내내 니퍼트 옆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벌써 '단짝'이 된 느낌. 피어밴드는 "지난해 올스타전에서 처음 마주했다. 개인적인 얘기도 많이 나누며 친해졌다. 니퍼트 같은 투수와 함께 뛴다는 자체가 기쁘다"고 밝혔다.
김진욱 감독은 올 시즌 목표로 '5할 승률'을 내걸었다.지난해 50승94패를 기록한 kt로서는 22승을 더해야 한다. 쉽지 않은 목표다. 피어밴드도 "큰 목표일 수 있다"라고 염려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많은 이닝을 던진다면 팀에 보탬이 될 것이다. 다치지 않는 게 목표다. 조금이라도 kt의 성적에 보탬이 된다면 행복할 것이다"라고 각오했다.
피어밴드의 시선은 니퍼트와 맞닿아있다. 그는 "한 팀에서 오래 뛴다는 건 그만큼 좋은 성적을 냈다는 의미다. 니퍼트처럼 장수 외인이 된다면 행복할 것 같다"라며 미소지었다. 거기에 "물론 그 팀이 kt이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피어밴드가 니퍼트처럼 '장수 외인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신생팀 kt에게는 이만한 스토리가 없을 것이다.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