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골드가 1만 이상 차이가 나도 40분 전후로 양측 모두 풀 아이템을 갖춘 팽팽한 순간이 되면 사실 모든 것이 망설여진다. 한 번의 실수로 승패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 부터는 인내의 싸움이 시작되지만 실수 했을 경우에도 다그치그 보다는 어떻게 기를 살려야 하는 것도 또 다른 인내의 싸움인 것이다.
자칫 침체될 뻔 했던 팀 분위기를 강동훈 킹존 감독은 선수들의 적극적인 기 살리기로 또 한 번의 큰 고비를 넘겼다.
킹존은 지난 24일 서울 상암 e스포츠 전용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롤챔스)' 스프링 스플릿 아프리카와 2라운드 첫 번째 경기를 치렀다. 2-1 승리였지만 1세트 1만 골드 이상의 우위를 지키지 못하고 당한 역전은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상실감을 선수단 전체에게 안겼다. 지난 22일 bbq와 경기 패배가 생각나게 되는 소름끼치는 순간이기도 했다.
'커즈' 문우찬을 투입해 1세트 패배의 여파를 돌린 강동훈 감독은 3세트 과감한 승부수로 승부를 걸었다. 최악의 경우 패배를 각오한 선택이었다. 첫 번째 픽 두 번째 기회가 돌아왔을 때 킹존의 선택은 탈리야와 제이스였다. 아프리카의 탑과 미드가 결정되기 전에 상대의 카운터를 각오하고 챔피언을 선택했다. 순간 경기장이 술렁였고, 중계를 보는 팬들의 댓글 반응은 뜨거웠다.
이에 아프리카는 탑에서는 사이온을 미드에서는 코르키 카드를 꺼내들면서 집요하게 탑을 공략했다. '칸' 김동하가 상대의 집중 견제에 잠시 흔들렸지만 '비디디' 곽보성이 탈리야로 '쿠로' 이서행의 코르키를 압도하면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내용적인 면에서 완벽하지 않았지만 분명 소득이 있었다. 적은 이득이라도 스노우볼의 크기를 키우는 킹존의 공격적인 운영이 살아났다. 이 승리로 bbq전 패배의 여파도 털어냈다는 것이 킹존 코칭스태프의 설명. 충분히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킹존 강동훈 감독은 "지난 경기서 (김)동하가 아프고, 경기에 패하면서 팀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것은 사실이다. 아프리카전도 패했으면 정말 아찔할 뻔 했다. 중요한 시점의 승리라 너무 기쁘다"면서 "동하가 쓰러진 이후 집중적으로 선수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휴식을 취한 뒤 몸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왔고, 그 이후 선수의 의사를 반영했다. 혹시 모를 몸 상태와 심리적인 모든 점까지 확인하면서 출전시켰다"면서 승리 소감과 함께 과호흡 증후군으로 지난 경기 교체된 김동하의 출전 배경까지 설명했다.
3세트 과감한 밴픽에 대해 강 감독은 "1세트 역전패와 지난 bbq전 패배는 소극적으로 경기에 임하면서 큰 실수로 경기를 내주는 결과가 됐다.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임하게 하고 싶었다. 3세트 밴픽은 챔피언이나 조합의 상성을 떠나 자신감 있게 킹존의 스타일 살려서 해보자는 의미였다"고 설명한 뒤 "선수단 전체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조급함은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다 같이 힘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 감독은 "LCK 팀들은 정말 차이가 크지 않다. 순위가 아래라도 상위 팀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는 리그가 LCK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더 발전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단 전체가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고, 선수 뿐만 아니라 팀 구성원 전체의 건강이나 컨디션도 더 신경써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 심려 끼쳐 드려 팬 여러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불안요소로 전전긍긍해 패하기 보다는 과감하게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힘주어 말하는 강동훈 감독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선수단 전체의 '기 살리기'에 초점을 맞췄다. '기 살리기'는 킹존 뿐만 아니라 LCK 전체 팀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