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의 은메달은 불리함을 극복한 결과였다.
이상호는 24일 오후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 경기장에서 벌어진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결승서 네빈 갈마리니(스위스)보다 0.43초 뒤져 은메달을 차지했다. 동메달은 잔 코시르(슬로베니아)에게 돌아갔다. 이상호는 4년 전 소치 대회 이 종목 은메달 리스트인 갈마리니의 벽을 넘지는 못했다.
이상호는 한국 설상 최초로 올림픽 메달을 따며 역사를 썼다. 이상호는 4강에서 소치 대회 이 종목 동메달, 평행회전 은메달에 빛나는 잔 코시르(슬로베니아)를 0.01초 차로 물리치고 결승행의 신화를 썼다.
이상호의 의지는 대단했다. 준결승이 백미였다. 이상호는 블루코스서 출발했다. 이상호는 초반 스퍼트가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 속도를 내며 결승선을 앞두고 0.01초 빨리 들어왔다.
블루코스는 이번 대회서 선수들이 기피하는 코스였다. 눈이 많이 녹았기 때문에 깃발을 돌 때 미끄러질 수밖에 없었다. 이미 몇 명의 선수들의 블루코스에서 미끄러지면서 경기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호는 준결승서 포기하지 않았다.
짜릿한 역전승을 챙긴 이상호는 역시 결승서도 블루코스였다. 예선순위서 밀렸기 때문에 코스 선택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준결승에 이어 결승서도 블루코스서 출발했다.
이상호는 초반 0.45초 뒤졌지만 중반 이후 따라잡아 0.23초 차로 추격했다. 하지만 끝내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대단한 성과였다. 일반관중들도 녹은 눈에 발이 빠지면서 정상적으로 걷기 어려울 정도였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닌 상황에서도 눈은 굳지 않았고 올라간 기온 때문에 질퍽한 상황이 이어졌다.
보통 사람들도 움직임이 힘들 정도의 코스였는데 이상호는 은메달을 따냈다.
더욱 대단한 것은 연습을 거의 할 수 없었다는 점이다. 철저한 코스 분석을 펼친 윤성빈이 금메달을 따냈다면 이상호는 거의 훈련을 해보지 않았다. 지난해 테스트 이벤트를 제외하고는 뛰어보지 못했다. 따라서 다른 선수들과 차이가 없었다. 설상가상 눈이 녹아 힘겨운 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이상호는 많은 것을 이겨냈다. 그러나 특별한 자랑도 하지 않았다. 은메달을 따낸 이상호의 원동력은 최선을 다한 준비였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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