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연예계를 뒤덮은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용기 있는 사람들의 폭로와 이들을 지지하는 이들의 응원으로 문화·연예계에 만연했던 병폐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연출감독의 성폭력 폭로로 시작된 문화·연예계 미투 운동은 점차 그 세를 확산하고 있다. 연출가는 물론, 대학 교수, 배우, 영화감독 등 문화·연예계 전반에 걸친 인사들의 추악한 성추문이 대한민국에 파문을 던지고 있다.
이윤택 연출가는 김수희, 이승비, 김지현, 홍선주 등 배우들의 용기 있는 폭로로 18년 넘게 자행된 상습적인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이 세상에 알려졌다. 배우들은 자신의 실명으로 직접 증언에 나서며 문화·연예계의 병폐를 뿌리 뽑을 '미투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
배우 조민기 역시 청주대학교 학생들의 폭로로 성추문이 세상에 알려졌다. 신인배우 송하늘을 비롯해 청주대학교 졸업생, 재학생은 실명으로, 혹은 익명으로 조민기의 성추행을 알렸고, 조민기 측은 "성추행 증언이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조민기는 현재 차기작이었던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하차했고, 피해자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경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흥부'의 조근현 감독도 오디션에서 신인 여배우를 성희롱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근현 감독은 "여배우는 자빠뜨릴 줄 알아야 한다" 등의 성희롱 발언을 해 '흥부'의 모든 홍보 일정에서 배제됐고, 이후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돌연 출국해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배우 조재현, 오달수 역시 논란에 휩싸였다. 조재현은 배우 최율의 폭로로 의혹이 제기됐다. 최율은 조재현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내가 너 언제 터지나 기다렸지"라고 미투 운동에 동참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여기에 조재현과 함께 일했다는 피해자의 인터뷰가 JTBC '뉴스룸'을 통해 공개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고, 조재현 측은 "지금까지 언급된 여러 가지 의혹들과 관련해 배우를 포함해 소속사 관계자들이 논의 중이다. 오늘(24일) 중으로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오달수는 한 포털사이트 댓글을 통해 논란의 장본인이 됐다. 그러나 의혹이 불거진지 4일째, 오달수와 소속사 측은 묵묵부답으로 침묵만 지키고 있어 사실 여부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
이런 가운데 연극배우 겸 서울예대 교수인 H씨도 의혹이 제기됐다. H씨의 제자였다는 한 네티즌은 "매일 여학생들 집에서 주무시고 복도파티에서도 매일 그 손을 조금이나마 덜 들어오게 다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보일 수 있도록 숨기는게 너무 힘들었다"고 폭로했다.
여기에 '뮤지컬 대부' 윤호진은 "최근 공연계에 불미스러운 성폭력 사건들이 불거지고 있는 것에 대해 오랜 시간 공연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참담하고 책임감을 느낀다. 저 역시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제 이름이 거론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작 뮤지컬의 제작발표를 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저에 대한 의혹을 푸는 것이 순리"라며 "저의 행동으로 인해 불쾌함을 느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사과 드리고 싶다. 피해 신고 센터나, 에이콤, 또는 주변 지인을 통해서라도 꼭 연락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많은 이들은 이번 '미투운동'이 문화·연예계의 뿌리 깊은 병폐를 척결할 가장 좋은 기회라고 보고 있다. 의혹이 아닌, 사실을 철저하게 규명해 지금이라도 이 끔찍한 병폐의 굴레를 멈춰야 할 때다. /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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