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SK 마운드의 보직이 조금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윤희상이 불펜으로 갈 확률이 높아졌다.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을 마친 SK는 하루의 휴식 후 24일 2차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로 떠난다. 코칭스태프 10명, 선수 38명 등 총 48명의 비교적 대규모 선수단이다. 선수 38명 중 절반이 넘는 21명이 투수다. 가고시마 퓨처스팀(2군) 캠프로 가는 3명의 선수(최진호 허웅 김택형)를 제외하고도 이 정도다.
당초 SK는 1차 전지훈련 후 10명 정도를 탈락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7명을 줄이는 데 그쳤다. 마운드 경쟁이 그 원인이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투수 중 탈락자가 더 있어야 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더 지켜봐야 할 선수들이 많아졌다. 때문에 투수 3명 정도가 더 살아남았다는 게 전체적인 평가다. “경기 출전 일정을 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키나와 불펜이 북적일 판이다.
다만 보직은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까지 부동의 선발투수였던 윤희상이 불펜으로 가는 게 가장 큰 변화가 될 전망이다. 윤희상은 2012년 10승, 2013년 8승, 2016년 9승을 거두는 등 SK의 우완 에이스로 오랜 기간 활약한 실적 있는 선발투수다. 그러나 팔꿈치 통증 등 몇몇 부상 이후 스태미너가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시즌 중 몇 차례 휴식으로 컨디션을 조절했음에도 6승7패 평균자책점 6.00에 머물렀다.
하지만 선발이 아닌 불펜이라면 1~2이닝 정도는 상대를 압도할 만한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윤희상도 지난해부터 보직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했고, 좀 더 확실하게 보직을 준비하기 위해 불펜행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도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일단 윤희상을 불펜에서 출발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소 낯선 보직이기는 하지만 3이닝 이상도 소화할 수 있는 투수라 만능 카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윤희상이 불펜으로 감에 따라 선발진에서는 새로운 얼굴이 경쟁한다. 김광현, 메릴 켈리, 앙헬 산체스, 박종훈까지는 선발 확정이다. 여기에 문승원이 지난해의 자리를 유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김광현은 시즌 내내 이닝 제한이 걸려 있다. 김광현의 휴식 시간에 대신 선발로 던질 투수가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1차 캠프 최우수선수(MVP)였던 김태훈의 페이스가 가장 좋다. 1군에서 선발로 뛰어본 경험도 있고, 힘 있는 공을 던진다. 왼손이라는 점도 차별성이 있다. 하지만 정동윤 이원준이라는 차세대 선발 자원이 모두 오키나와 명단에서도 살아남았다. 손혁 투수코치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 올 시즌 내내 1·2군을 오가는 경쟁구도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불펜 보직도 여전히 미정이다. 마무리는 확정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고른 컨디션을 뽐내 필승조, 추격조를 나누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왼손 릴리프 및 롱릴리프가 가장 치열한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결국 오키나와 연습경기 및 시범경기까지 경쟁이 이어지는 게 불가피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