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연속' 여자 컬링, 스웨덴과 金걸고 '맞짱' 뜨는 의미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8.02.24 05: 00

상상도 못했던 일이 실현됐다. 
한일전에서 승리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이젠 유럽 최고 팀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놓고 다툰다.
김은정 스킵(주장)을 필두로 김경애(서드), 김선영(세컨드), 김영미(리드), 김초희(후보)로 구성된 여자 컬링은 지난 23일 대회 컬링 여자 4인조 4강 플레이오프에서 일본을 8-7로 꺾었다.

11엔드 연장까지 간 접전이었다. 김은정의 스톤이 버튼에 서는 순간 짜릿하고 감격스런 승리를 맛봤다. 여자 컬링은 첫 4강에 이어 아시아 국가 최초로 올림픽 결승 무대까지 진출했다.
사실 한국 여자 컬링의 약진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고작 컬링장 4개가 전부인 인프라 속에서 나온 팀이다. 그나마 국내 최초 컬링장이 있는 의성팀이 이번 대회에 나왔다는 것 정도가 납득할 정도.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컬링팀의 이름은 '팀 킴(Team Kim)'이다. 이젠 많은 별명이 팀 이름을 대체하고 있다. '영미팀', '안경선배팀', '의성마늘팀', '갈릭걸스' 등이 새로운 이름이다.
팀 킴은 이번이 첫 올림픽이다. 지난 2014년 소치 대회에서 활약한 한국 첫 올림픽 컬링팀과는 다르다. 정확하게 말하면 컬링팀은 잘하는 선수로 구성된 국가대표 개념이 아니다. 여러 팀 중 최고 경쟁력을 갖춘 팀이다.
그런 미천한 경험의 팀이 말도 안되는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이변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예선에서 9경기 중 일본전을 제외하고 모두 승리했다. 모두 유럽과 북미 강호들이었다. 
캐나다와의 첫 경기가 예고탄이었다. 이것부터 상식 밖이었다. 세계 최강 캐나다였다. 2017 세계여자컬링챔피언십 우승팀이었다. 한국은 이후 스위스, 영국, 스웨덴, 미국, OAR(러시아), 덴마크를 제물로 삼았다.
물론 한국은 세계 랭킹 8위다. 만만치 않다. 하지만 유럽과 북미팀들을 세계 랭킹의 틀로만 볼 수 없다. 비교가 되지 않는 인프라 속에서 경쟁을 거쳐 나온 팀들이다. 컬링의 역사와 저력을 상징하는 팀들이다. 
그래서 스웨덴과의 대결은 또 한 번 이변이 필요한 상황이다. 예선에서 7승2패로 한국보다 뒤졌다. 하지만 유럽 무대에서 가장 많은 우승 경력을 가진 스웨덴을 대표한 팀이다. 유럽 컬링의 자존심이라 할 만 하다. 
팀 킴은 남녀 컬링을 통틀어 역대 아시아 최고 성적을 확보했다. 이제 유럽 및 북미를 상징하는 컬링 전통 강호를 상대로 한다. 사실상 세계 컬링의 역사를 뒤바꾸는 작업이다. 25일 오전 9시 5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리는 결승전이 바로 그 역사의 현장이 될 수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보면 참 작은 나라다. 온갖 지배를 당했고 급기야 허리까지 잘린 분단국가다. 그럼에도 최고의 인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 개척지가 이제는 유럽과 북미만의 전유물이었던 컬링으로 확대됐다. 
한편 스웨덴은 지난 2009년 강릉에서 열린 세계여자컬링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중국에 패해 아시아에 처음으로 세계 컬링 정상을 내준 경험이 있다. 물론 한국과 맞붙는 팀은 그 때 출전했던 팀과 다르다. /letmeout@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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