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커리가 나타났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대표팀은 23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9 중국농구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홍콩을 93-72로 승리했다. 한국은 2승 1패를 기록했다.
전날 치러진 공식기자회견에서 홍콩의 온힝킹 감독은 잘하는 홍콩 선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7번이다. 슈터로서 뛰어난 선수다. 홍콩팀에는 교사도 있고, 공무원도 있다. 연습기간이 많지 않지만 배운다는 자세로 한국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7번 선수는 홍콩의 대표슈터 리 키(31, Lee Ki)였다. 신장은 180cm에 불과하지만 슛거리가 길고, 타이밍도 빨라 까다로운 선수였다. 리 키는 전반에 홍콩이 올린 34점 중 무려 18점을 혼자 책임졌다. 한국의 장대숲을 상대로 올려놓은 플로터, 2쿼터 종료와 동시에 넣은 하프라인슛 등이 범상치 않았다. 한국은 리 키를 수비하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리 키는 23점, 3점슛 5개를 몰아넣으며 좋은 기량을 과시했다.
리 키는 아세안 바스켓볼리그(ABL) 소속의 홍콩 이스턴 롱 라이온스 소속의 슈터다. ABL은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자국리그가 없는 동남아국가끼리 만든 리그로 KBL보다 수준이 떨어지고 경기수도 적은 리그다.
지난해 FIBA 아시아컵에서도 리 키는 홍콩의 에이스로 평균 12.7점, 경기당 3점슛 2.3개를 기록한 국제적인 슈터다. 기량이 아래라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한국은 1쿼터 중반까지 홍콩에 17-18로 뒤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리 키는 FIBA와 가진 인터뷰에서 “우리 조에는 강호 중국과 뉴질랜드가 있다. 우리의 목표는 농구를 즐기면서 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이다. 홍콩대표팀의 시스템이 좋은 편이라 우리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며 열악한 환경을 탓하지 않았다. 강호들 중 한국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서운한 대목이었다.
세상은 넓고 잘하는 선수는 많다. 한국이 방심해도 되는 상대는 아무도 없다. FIBA가 A매치 홈&어웨이 제도를 도입하면서 한국 팬들도 안방에서 이런 선수의 기량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