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평창올림픽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계주서 넘어지는 악재가 겹쳐 12년 만의 금메달 획득이 좌절됐지만 김선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 아래 원팀이 되어 미래를 그렸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 22일 밤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를 끝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대표팀은 계주 결승서 23바퀴를 남겨두고 선두로 올라선 임효준이 넘어지며 4위에 그쳤다. 남자 대표팀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임효준이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땄고, 황대헌이 500m 은메달, 서이라가 1000m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표팀은 23일 강릉 올림픽파크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회를 결산했다. 김지용 선수단장과 김선태 감독을 비롯해 곽윤기, 김도겸,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등 남자 대표팀 선수 5명이 참석했다.
계주 금메달 획득 실패로 김선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묻힐 수 있었다. 그러나 선수들의 진심 어린 마음이 기자회견 내내 전해지면서 수장의 공로가 드러났다. 김 감독은 "4년 동안 대표팀을 맡으면서 크고 작은 일이 있었다. 부담감이 있었지만 잘 믿고 따라준 선수들과 함께 하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면서 "임효준 황대헌 등 경험 없는 선수들이 잘해줬다. 경험이 쌓이면 더 강해질 것 같아서 믿음직스럽다. 발전 가능성도 충분하다. 어렵지만 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대회였다"고 강조했다.
김선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은 선수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맏형' 곽윤기는 "막내였을 때 맏형이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이 자리에 오니 감독님 마음이 어떨까 생각했다. 감독님을 만나고 제대로 된 소통이 뭔지 잘 알게 됐다. 덕분에 후배들과 벽이 없어졌다. 이 자리를 빌려 감독님께 '그간 수고 많으셨고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곽윤기는 "김선태 감독님과 3년간 지내면서 화를 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참으시는 것인지 진짜 화 내실 줄 모르는 건지 모르겠다"며 "감독님과 대화를 하다 보면 정말 소통이 잘 돼 친구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다"고 했다.
김도겸도 김선태 감독에게 존경의 메시지를 보냈다. "1년 동안 굉장히 값진 경험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운동 선수로서, 다른 사람으로서 정신적으로 성장했던 한 해였다. 감독님이 인성적인 부분을 굉장히 많이 가르쳐주셔서 감사드린다. 값진 경험이 발판이 돼서 내 미래에 어떻게 작용할지 두근거리고 기다려진다."
금메달 리스트인 임효준은 "감독님은 막 화를 내기보다는 선수들과 소통을 하고 뭐가 필요하고 뭐가 부족한지 대화를 통해 풀기 때문에 배우고 싶다. 1년 동안 정말 많은 걸 배웠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막내' 황대헌은 "첫 올림픽이라 1500m도 1000m도 많이 아쉬웠다"면서도 "코칭스태프와 형들이 위로하고 다독여줘서 500m와 계주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우리가 노력했던 것과 소통해서 뭉쳐서 연습했던 것 만큼은 1등이었다. 모두에게 고맙다"고 공을 돌렸다.
서이라는 "생애 첫 올림픽서 코칭스태프, 동료와 함께 한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쇼트트랙을 더 즐기고 한 번 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올림픽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선태 감독의 형님 리더십 비결은 그의 말에 해답이 있다. "선수들의 생각을 50% 정도 받아들이고, 내가 생각하는 목표와 꿈, 계획을 50% 끌고나가려고 했다. 내 것만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이 하고 싶은 것과 장점을 끌어내고자 얘기를 많이 했다.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4년의 추억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눈물)."/dolyng@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