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계주 노메달의 아픔을 딛고 하루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곽윤기, 김도겸, 서이라, 임효준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지난 22일 밤 강릉아이스아레나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 결승서 23바퀴를 남기고 선두를 달리던 임효준이 넘어지며 4위에 그쳤다.
이로써 2006 토리노 대회 이후 12년 만에 계주 금메달을 노렸던 남자 쇼트트랙은 4년 전 소치 대회 노메달의 아픔을 반복했다. 남자 대표팀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23일 오전 강릉 올림픽파크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회를 결산했다. 김지용 선수단장과 김선태 감독을 비롯해 곽윤기, 김도겸, 서이라, 임효준, 황대헌 등 대표팀 선수 5명이 참석했다.
김선태 감독은 "금메달 하나, 은메달 하나, 동메달 2개를 얻었다. 결과에 대해서는 항상 받아들이기로 하고 과정 속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다. 어려운 일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다. 결과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만족한다"고 이번 올림픽 소감을 밝혔다.
한편 남자 계주는 결승 직전 순서를 바꾸며 금메달을 위한 비장의 카드를 꺼냈으나 무산됐다. 김 감독은 "월드컵이나 올림픽서 계속 똑같은 작전을 짤 수 없다. 생각했던 계획이 있었다. 결과는 아쉽지만 작전을 사용한 것에 후회는 없다"고 설명했다.
남자 개인 1000m 결승에서 한국 선수 간의 맞대결이 있었다. 서이라가 임효준의 경로를 막았다며 항의하는 네티즌들도 있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아쉬운 게 있지만 최선을 다하고 정정당당히 임하고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보시는 분들이 안타까울 수 있지만 어느 누구한테도 강요할 수 없다. 선수들에게 각자 노력한 만큼 최선을 다하고 어떤 결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치고 나가는 전략은 결과만 보고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속도가 빠르면 기다리다 나가야한다. 이제는 상황에 맞게 작전을 잘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회에서 쇼트트랙은 여러 국가가 모두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김 감독은 "개인전서 3명씩 출전해서 2명씩은 다 결승전에 갔다. 결과는 아쉽지만 그 때보다 훨씬 더 발전됐고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회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다. 임효준과 황대헌이라는 앞으로 한국을 이끌어 갈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했다. 부정적이기보다는 좋은 경험과 발전이 있을 것이다. 한국을 제외하고 1개씩 금메달을 땄다. 우리만 3개를 땄으니, 당연히 강국이라 자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림픽 시작 전 연습 과정을 두고 코치가 심석희를 구타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이 자리에서 말하기에는 오늘은 경기에 대한 것만 준비해서 말하기가 그렇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들어서 말하겠다"고 해명했다.
소치 이후 4년 동안 팀을 지휘한 김 감독은 "4년 동안 대표팀을 맡으면서 크고 작은 일이 있었다. 무게감 있엇지만 선수들이 잘 믿고 따라줬다. 부담감 있었지만 같이 하면 이길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큰 성과다. 더 잘해서 보답하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내 생각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선수들 생각의 50% 정도는 받아들이려고 했다. 내가 생각하는 목표와 꿈과 계획들을 50%만 끌고나갔다. 믿고 따라와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4년의 추억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이 자리에 제가 있을 수 있었던 건 선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번 대회 남자 쇼트트랙은 임효준과 황대헌이라는 신예 선수를 발굴했다. 김 감독은 "그 동안 에이스 부재를 극복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임효준 황대헌 등 경험 없는 선수들이 잘해줬다. 이런 선수들이 경험이 쌓이면서 강해질 것 같아서 믿음직스럽고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발전하려면 계속 변해야 한다. 장점을 살리고 더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난 외국에서 10년 가까이 지도자 생활을 했다. 외국에서 좋은 것들과 한국의 장점과 잘 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려고 했다. 무엇보다 변하려고 했다. 선수들도 잘 따라줬다. 그 부분을 항상 염두에 두고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도 기량도 발전하고 지도자들도 나가서 견제를 받지만 기본기부터. 좋은 선수들을 키워내고 있기 때문에 든든하다. 어렵지만 최강의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대회였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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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