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근현 감독의 성추문 파문이 영화계를 뒤흔들고 있다.
조근현 감독은 성희롱 문제로 최근 개봉한 '흥부' 홍보 일정에서 전면 배제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조근현 감독은 지난해 친한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 위해 신인 여배우들을 오디션으로 만났고, 이 과정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조근현 감독은 이 문제가 알려지며 인터뷰를 비롯해 VIP 시사회, 무대인사 등 '흥부' 관련 홍보 일정에서 전면 배제됐다.
조근현 감독의 성희롱 발언은 한 신인 여배우의 용기 있는 폭로로 알려졌다. 이 여배우는 자신의 SNS를 통해 조근현 감독이 자신에게 던진 성희롱 발언을 낱낱이 공개했다. 조근현 감독은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것 같아" 등의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다.
또한 자신이 아는 여배우의 상황이라며 "여배우 K가 특출나게 예쁜 것도 아닌데 배우를 어떻게 한 줄 아냐. 대학교에서 이 남자, 저 남자와 자고 다니기로 유명했다"며 "내가 보기에 K는 여배우로서 여러 성향의 남자를 공략하는 공부를 한 거다. 모 영화 오디션 때 K가 '이딴 유치한 거 안 한다'고 대본을 집어던지고 나갔는데, 감독이 따라 나가서 '어디가 유치하냐'고 묻자 K가 '이딴 유치한 거 시키려면 차라리 나랑 한 번 자든지'라고 했다. 너라면 그 상황에서 그럴 수 있겠니"라고 노골적으로 성희롱했다. 조근현 감독의 성희롱 발언을 세상에 알린 이 여배우는 "저 말고 피해 입은 분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폭로 경위를 밝혔다.
조근현 감독의 말은 한 여성이자, 인간인 여배우에게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안기는 성희롱 발언이다. 더 나아가 조근현 감독은 영화감독이라는 지위, 오디션장이라는 위계를 이용해 신인 여배우에게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신인 여배우에게 단 한 번의 오디션, 단 한 번의 출연이 얼마나 소중한 기회인지 조근현 감독 역시 잘 알고 있기에, 조근현 감독이 저지른 행동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조근현 감독은 자신의 행동으로 개봉한 영화 '흥부'에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흥부'는 조근현 감독만의 영화가 아니다. 영화에 참여한 수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힘을 뭉쳐 만든 작품이다. 심지어 '흥부'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잊지 못하며, 사랑하는 배우 故 김주혁의 유작이라는 특별한 의미까지 가지고 있는 영화다.
조근현 감독은 이후 피해자에게 사과 문자를 보냈다. 조근현 감독은 피해자에게 보낸 문자를 통해 "상황이 어찌됐든 그 미팅을 통해 상처를 받았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내 영화를 봤는지 모르겠지만 살아오면서 나름 좋은 가치를 추구했고, 누구에게 폐 끼치는 걸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성격인데 누군가에게 이렇게 상처를 준 셈이 되었으니 무척 괴롭다"며 "작은 바람이 있다면 그 글을 지워줬으면 한다. 영화('흥부')가 개인 작업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포함된 까닭에 내 작은 실수가 영화를 깎아내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성추문이 알려진 후 조근현 감독은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흥부' 제작사 대표는 22일 OSEN에 "기자를 통해 조근현 감독의 성희롱 논란을 알게 됐고, 홍보 일정에서 곧바로 제외시켰다. 성희롱이라는 문제가 제기된 것만으로도 매우 큰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홍보 일정에서 제외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여지 없는 조치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사건 이후 A감독과는 전혀 연락하지 않았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흥부'는 '꿈을 꾸자'는 메시지를 가진 건강한 영화다. 민중이 사랑하는 작가가 된 흥부가 양반들의 권력 다툼으로 고통받는 민중의 삶을 곁에서 지켜보고, 백성들을 위한 진정한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는 새로운 '흥부전'을 쓰기까지의 과정을 담는 이야기다. 조근현 감독은 '꿈을 꾸자'는 가치를 담은 영화 '흥부'에 대해 "'흥부'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독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작 자신은 이제 막 꿈을 꾸는 배우의 꿈을 짓밟았다. 추악한 성추문으로 빛바랜 영화의 의미는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mar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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