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배우라는 꿈을 가진 어린 여성들의 영혼을 짓밟는 일이 벌어지고 있어 충격을 안기고 있다. 소명을 내팽개친 감독의 성희롱이 대중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영화 ‘흥부’를 연출한 조근현 감독의 만행이 늦게라도 밝혀진 것은 참 다행이다. 용기 있는 폭로가 없었다면 여전히 어디선가 예외 없이 자행되고 있을 터다. 조 감독이 지난해 12월 친한 가수의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게 되면서 출연할 신인 여배우를 뽑을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부적절한 성희롱이 드러났다.
그는 대학을 갓 졸업한 지원자 및 필모그래피를 쌓기 위해 하나라도 더 지원한 신인 배우들에게 “여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다. 배우를 준비하는 애들은 널리고 널렸고 다 거기서 거기”라며 “여배우는 여자 대 남자로서 자빠뜨리는 법을 알면 된다. 깨끗한 척해서 조연으로 남느냐, 자빠뜨리고 주연을 하느냐, 어떤 게 더 나을 거 같아? 영화라는 건 평생 기록되는 거야. 조연은 아무도 기억 안 해”라고 말했다. 배우가 아닌 사람이 들어도 말문이 막힐 뿐이다.
사실 자신보다 약자인 배우들에게 굴욕을 안기고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일부 감독, 제작자, 선배 배우의 성 일탈은 계속 도마에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 ‘미투 캠페인’을 계기로 그들의 실명이 공개되고 구체적인 언행을 폭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알려진 배우 조민기가 대학 교수로서 여학생들에게 일삼아왔던 성추행, 극단 연출가 이윤택이 배우들에게 성폭행을 했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물론 일부 감독과 배우들의 일탈로 인해 무고한 예술인들의 명예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어물쩍 넘길 일도 아니다. 연예계를 이끌어나갈 청춘들의 몸과 영혼을 갉아먹는 가면 쓴 감독 및 제작자, 중년 남배우들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시급하다.
잘못이 밝혀지면 가차 없이 문화계에서 추방해야 하며, 무엇보다 성 추문 자체를 쉬쉬하는 폐쇄적인 문화도 청산 대상이다./purplish@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