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에서 번진 '미투 운동'이 개그계로도 퍼졌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 게시판에 "개그계도 미투 동참할 수 있게 만들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이는 이윤택 연출가, 배우 조민기 등 성범죄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을 이어받은 것.
자신을 "2008년부터 2009년 초까지 대학로 Xxx홀에서 신인 개그맨 지냈던"이라고 표현한 네티즌은 "당시에 제가 알기로 여자 개그맨들이 성희롱에 엄청 시달렸다. 신체 접촉 즉 만지는 걸 떠나서 여자 신인 개그맨들은 말로써 성희롱을 엄청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너 찌찌 색깔은 뭐야?' 이딴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던지고 강해야 살아남는다고 믿던 여자 신인 개그맨들은 '갈색인데요'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받아쳐야만 했다. 겉으로 세게 받아쳐야 더 안건드니까"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예쁜 후배들은 공연 중 무대에서 특정 선배가 "둘이 사귀어요 뽀뽀해" 등으로 몰아가는 분위기에 휘말렸다고. 이런 공연 후 술자리에서 성희롱적인 멘트가 이어지면 어쩔 수 없는 상황도 벌어졌다고 알렸다.
그는 "실제로 어떤 여자 개그맨은 남자 선배 5명이랑 자고 방송 나간 적도 있었다. 저는 남자이기에 성희롱은 안 당했지만 동기 친구(남자)와 함께 특정 개그맨에게 언어폭행은 물론이고 배트 및 주먹으로 1년 동안 엄청나게 맞았다. 덕분에 왼쪽 귀가 한동안 잘 안들려서 고생했다"고 폭로를 더했다.
당시에는 개그맨에 대한 꿈이 너무 컸기 때문에 성희롱적인 발언, 폭행 등을 당연하게 버텨야 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는 것.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잘못된 건 밝혀야 된다고 생각에 글을 남긴다고 했다.
그는 "당시 같은 동기였던 분들 연락 끊겨서 미투 찬성해라 이렇게 말하는 것도 오지랖인 것 같기도 하고 밝히기 꺼려하실 수도 있지만 일단 제가 1년간 겪은 개그계 실상을 올려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올린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그계에도 미투 바람 불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자식이 나중에 개그맨 하고 싶다고 한다면 뜯어말리지 않는 날이 오길 바라며 이만 글 줄인다"고 마무리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청와대 게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