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파문에 휩싸인 이윤택 연출가와 그의 성폭행을 돕고 방관했다고 알려진 연희단거리패 김소희 대표를 향한 실명 폭로가 줄을 잇고 있다. 김수희, 이승비를 시작으로 김지현, 오동식, 홍선주 등 배우들이 용기를 내며 의미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윤택이 18년 넘게 상습적으로 자신의 극단 여배우들에게 안마 시중을 시키고 성추행했다는 폭로글이 게재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어 김수희, 이승비 등 배우들이 증언을 하며 성추행 논란에 힘을 실었다.
이에 이윤택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사과를 했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또 한번 피해자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이에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연희단거리패에서 활동했던 배우 김지현은 20일 자신이 배우로 활동할 당시 성폭행으로 인해 임신했고 낙태까지 했다는 충격 사실을 밝혔다.
현재 공황장애 치료를 받고 있다는 김지현은 "제가 나온 이후에도 분명 선생님과 피해자만이 아는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후배가 분명 더 있을것이라 확신합니다. 지금 용기 내지 않아서 이 일이 흐지부지 된다면 지금까지 자신의 아픔을 힘겹게 꺼내준 피해자들이 또 한번 고통을 당할 것"이라며 "제가 이렇게 용기를 내는 것이 연극계가 바로 서는 일이고 제가 다시 하늘을 똑바로 볼수 있고 무대 위에서 떳떳한 배우가 될수 있는 길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다음 날인 21일에는 오동식의 내부 고발이 이어졌다. 오동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나의 스승을 고발합니다. 그리고 선배를 공격하고 동료를 배신하고 후배들에게 등을 돌립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자신을 2008년부터 연희단거리패에서 연극하는 배우라고 밝힌 오동식은 미투 운동으로 이윤택을 고발한 피해자를 언급하며 이윤택의 성추행 논란이 발생한 이후 극단 내부에서 벌어진 상황을 상세히 전했다. 이 일로 인해 긴급 소집이 됐고, 새벽까지 회의를 했다고 했다.
오동식은 이윤택이 변호사와 얘기를 하면서 사과문을 만들고 낙태에 대해서는 인정하면 안 된다는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날 저녁 사과문을 완성한 이윤택 선생님은 우리에게 혹은 저에게 기자회견 리허설을 하자고 했다. 난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그곳은 지옥의 아수라였다. 이제 내가 믿던 선생님이 아니었다. 괴물이었다"라고 폭로했다.
지난 19일 JTBC '뉴스룸'과 익명 인터뷰를 했던 홍선주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접니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씨와 전화 인터뷰하고 영상 인터뷰까지 한 사람 접니다. 김소희 선배님. 저 찾으셨다고요? 해명하고 싶으시다고요? 찾으셨으니 하세요. 지현이 외 다른 사람들 JTBC에 연결시켜준 것도 저"라며 실명을 공개하며 김소희 대표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앞서 홍선주는 "이윤택에게 지난 2004~2005년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며 "나에게 '이윤택이 안마를 원한다'며 등을 떠민 건 여자 선배였다. 김소희 대표는 조력자처럼 후배를 초이스하고 안마를 권유했다. 내가 거부하자 가슴팍을 치면서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너만 희생하면 되는데 왜 그러냐고 말했다. 아직까지 그 눈빛이 잊히지 않는다"고 폭로를 했다.
방송 후 김소희 대표는 지인의 SNS 계정을 빌려 "저희 극단이 잘못한 일로 책임감은 크지만 JTBC 뉴스에 나온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저도 너무 놀라 손이 떨린다. 방송국 측에 정정신청을 했다. 인터뷰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사실을 밝히는 데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다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홍선주는 이틀 뒤 자신의 이름까지 공개하며 김소희 대표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박했으며, 김지현과 뜻을 함께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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