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故) 이은주가 세상을 떠난 지 어언 13년이나 됐다. 잊힐 법도 한데 좀처럼 잊히지 않는 그리운 얼굴. 매해 2월 22일이면 어김없이 보고 싶어지는 고 이은주를 그의 작품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추억해봤다.
고 이은주는 지난 1999년 영화 '송어'로 데뷔, 충무로에 얼굴을 알렸다. 첫 등장부터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은 그는 청순함도, 섹시함도 아닌 차갑고 이지적인 이미지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어 그는 지난 2000년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으로 문성근과 '생활 멜로'를 선보이며 남녀 사이의 솔직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로 인해 고 이은주는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까지 거머쥐게 됐다.
하지만 고 이은주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영화는 지난 2001년 개봉한 '번지점프를 하다'일 것이다. 극중 인우(이병헌 분)를 사로잡았던 태희(이은주 분)처럼 관객들은 고 이은주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차태현, 손예진과 함께 한 '연애소설'도 빼놓을 수 없다. 고 이은주는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자신의 마음에 대해 용기 내지 못했던 청춘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아련한 분위기로 소화해냈다.
이 외에도 그는 '안녕! 유에프오'를 통해 이범수와 마음 따뜻한 로맨스를 선보였으며,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장동건의 약혼녀 역을 맡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다시금 느끼게 했다.
그리고 지난 2004년 '주홍글씨'를 통해서는 팜므파탈 가희 역으로 출연해 자신의 매력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이 외에 드라마로는 SBS '카이스트', MBC '불새' 등으로 안방극장 시청자들을 만났고 말이다.
사실 고 이은주는 활동 기간이 긴 배우는 아니다. 6년 동안 조, 단역으로 출연한 작품까지 드라마 5편과 영화 10편이 그가 출연한 작품의 전부이다. 그럼에도 대중이 아직까지 고 이은주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세월이 지나도 대체할 수 없는 그만의 독보적인 존재감 때문이 아닐까. / nahee@osen.co.kr
[사진] 각 작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