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전 감독에 이어 연희단거리패의 상징과도 같았던 배우 김소희가 이름값 만큼 가져야 할 책임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할 듯 하다.
배우 홍선주가 이윤택 전 감독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익명으로 인터뷰한 사람이 자신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며 다시금 '미투'의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홍선주는 21일 자신의 SNS에 "접니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씨와 전화 인터뷰하고 영상 인터뷰까지 한 사람 접니다"라는 글을 게재하며 실명을 밝혔다. 그는 김소희(연희단거리패 대표)를 향해 "김소희 선배님. 저 찾으셨다고요? 해명하고 싶으시다고요? 찾으셨으니 하세요"라며 이윤택의 또 다른 성폭력 피해자인 배우 김지현 등을 JTBC에 연결시킨 사람이 본인이라고 밝혔다.
앞서 홍선주는 지난 19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익명으로 전화 인터뷰를 해 파장을 몰고왔던 바다. 그는 "2004, 2005년 정도부터 (이윤택 전 감독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라고 밝히며 그의 행위를 폭로했다. 특히 "다른 선배들 때문에 2차적인 상처를 받았다"며 "이윤택 선생님이 안마를 원하니 들어가라고 한 것도 여자 선배였다"고 놀랄만한 고백을 했다.
그러면서 "그 여자선배는 후배를 초이스하고 안마를 권유했다"며 "과일이 든 쟁반을 주면서 이윤택 방에 가서 안마를 하러 가라고 했다. 내가 거부하자 가슴팍을 치면서 왜 이렇게 이기적이냐, 너만 희생하면 되는데 왜 그러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해당 여자선배는 김소희를 말한다.
홍선주의 이 같은 폭로가 나오자 김소희는 사실이 아니라며 적극 부인했다. 그는 "저희 극단이 잘못한 일로 책임감은 크지만 JTBC 뉴스에 나온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저도 너무 놀라 손이 떨린다. 방송국 측에 정정신청 해놓았다. 인터뷰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사실을 밝히는 데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다 할 것"이라고 공식입장을 밝혔던 바다.
그러나 홍선주가 실명을 공개하고 추가 폭로를 이어가자 입장을 바꿔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희는 JTBC 취재진에게 "그 시절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나서 벌어진 실수였다"며 "당시 홍씨에게 상처를 준 사실이 미안하다며 사과했다"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이윤택은 기자회견 전 김소희 등과 함께 리허설을 거치며 '표정을 더욱 불쌍하게' 같은 연습을 했다고 연희단거리패 출신인 배우 오동식이 폭로해 충격을 더한 바다.
김소희는 이윤택과 함께 오랜 시절 동반자적 연극의 삶을 살아오며 그의 페르소나로 불렸다. 1994년 연극 '미친동물의 역사'로 데뷔한 그는 20년이 훌쩍 넘는 시간동안 50여편의 작품을 남긴 중견 연극인으로 제 50회 동아연극상 여자연기상, 제2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등을 수상했으며 이윤택 산하에서 연출가로도 활동했다. 선하고 맑아보이는 얼굴과 이지적인 연기로 많은 연극팬을 갖고 있던 그가 드러낸 이런 추악한 그림자는 충격이자 공포와도 같다. 더불어 이는 연희단거리패의 몰락이다. /nyc@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