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입단 동기. 1992년생 동갑내기. 임찬규와 유강남(이상 26·LG)은 나란히 트윈스 길에 들어섰다. 으레 그렇듯, 처음에는 꽃길 대신 흙길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점차 꽃을 심어가고 있다. 철없던 소년이 팀의 주축으로 성장 중이다.
임찬규와 유강남은 고교 시절 대표팀에서부터 배터리로 호흡을 맞췄다. 프로 데뷔 2년차인 2012년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들 앞의 현실은 차가웠다. 결국 유강남은 2013년 상무로, 임찬규는 2014년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이들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호흡을 다시 맞췄다. 유강남은 118경기서 타율 2할7푼8리, 17홈런, 66타점을 기록하며 '안방마님'으로 우뚝 섰다. 임찬규 역시 27경기에 등판, 6승10패 평균자책점 4.63을 기록했다. 시즌 초반의 모습을 후반기까지 이어가진 못했지만, 선발로 다시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이제 임찬규와 유강남은 철없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유강남은 "철 없을 때 팬들께 혼도 많이 났다. 야구장에서 풀죽었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실감이 안 난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찬규와 나는 철없던 시절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슨 이야기일까. "우리끼리 되지도 않는 얘기들만 늘어놓았던 때가 있다. '1군에서 뛰면 팬들에게는 이렇게 해야지, 응원가는 뭘로 해야지' 하는 등의 내용이다. 지금은 그런 얘기 전혀 안 한다. 어려서부터 철이 들었다면 재미 없지 않겠나?"
임찬규는 설명을 보탰다. "많은 관중이 신기했고, 멋있어 보이고 싶었다. 무언가를 계획적으로 준비하기보단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경기에만 나간다면 나와 강남이 모두 잘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전력분석도 우리 딴에 맞다고 판단한 대로 했을 정도다. 다시 생각해도 철이 없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자양분으로 바뀌었다. 임찬규는 "1~2년차에 소중한 기회를 날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또한 값진 경험이었다"라며 "난 여전히 팬들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하고 있지만, 매년 좋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마치 이상훈, 박용택처럼 이들은 LG의 상징을 꿈꾼다. 단순히 팬들을 넘어, 본인들도 LG를 사랑하고 있기에 가능한 목표다. 유강남은 "LG에서 오래 뛰고 싶다. 이 팀에 녹아들고 싶다. 마치 박용택 선배님처럼 말이다"라며 "내가 아무리 LG에 자부심이 있어도 실력이 없으면 안 된다. 커리어를 확실히 쌓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임찬규 역시 "팬들이 나를 사랑으로 기다려주셨다. 보답하는 건 당연하다. 지금보다 더 확실한 정통파 투수로 LG 젊은 에이스가 되겠다"고 각오했다.
이들이 '15승 투수'와 '25홈런 포수'로 우뚝 서는 날. LG의 전력은 5강권 이상이 될 게 분명하다. 팬들도, 임찬규와 유강남도, 그 순간을 바라고 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