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지난해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바로 외야진이다. 민병헌을 영입하면서 전준우-민병헌-손아섭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외야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 것. 외야진의 이름값과 커리어 면면을 살펴보면 리그에서도 따라올 팀이 없다.
팀 적으로는 최고의 상황, 그러나 선수 개개인으로 들여다보면 입지가 줄어들 수 있는 선수도 있기 마련. 주전을 굳히는 듯 했지만 다시 경쟁의 장으로 밀려나게 된 김문호(31)가 대표적이다.
2016년, 전반기 한때 4할 타율을 긴 시간 동안 유지하면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후반기에는 전반기의 기세를 잇지 못했지만 140경기 타율 3할2푼5리(526타수 171안타) 7홈런 70타점 70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31의 기록을 남기며 데뷔 이후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기록 전 부문에서 커리어 하이의 기록이었다.
그리고 2016년의 기록만큼은 아니지만 2017년, 타율 2할9푼2리(390타수 114안타) 2홈런 35타점의 기록을 남겼다. 수치는 떨어졌지만 꾸준하게 좌익수 자리를 지키며 견실한 수비와 컨택 능력을 과시했다.
이렇게 주전 좌익수로 굳혀가려는 찰나, 민병헌의 영입은 김문호에게는 아쉬운 소식이었다. 다시 백업 자리, 그리고 더욱 치열해진 경쟁의 장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는 “더욱 치열해진 경쟁으로 주변에서 걱정들을 많이 하신다”고 주위의 반응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다시 찾아온 경쟁의 숙명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외야진이 화려해졌다. 이름값이나 모든 면에서 내가 뒤처지는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프로 선수에게 경쟁은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이 없다면 나태해지고 안일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김문호는 혹시나 모를 주전 자리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주전으로 사실상 낙점된 외야 선수들은 물론 나경민, 이병규, 조홍석 등 좌타 외야수들, 박헌도 등과 외야 엔트리를 두고 경쟁을 펼쳐야 한다. “항상 준비된 상태를 유지하며 코칭스태프나 팬 분들에게 어필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다.
준비만 되어 있다면 김문호에게도 다시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사실, 주전 선수들을 제외하고 직접적인 경쟁 대상자들과 달리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그동안 공수 모두 균형 잡힌 기량을 보여줬다는 것. 컨택 능력은 이미 검증 됐다. 수비 역시 좌익수 자리에서 괜찮은 수비력을 보여줬다. 중견수와 우익수 자리도 간간히 백업 역할을 수행한 적이 있다. 낯선 자리는 아니다. 주루 플레이 역시 평균적이다.
나경민이 대수비 특화 자원인 반면, 타격에서 아직 여물지 못했고, 이병규는 타격에서는 김문호에 앞설 수는 있다고 하나 수비력과 부상 전력 등이 걸리는 부분이다. 조홍석은 아직 1군 검증이 더 필요하다.
엔트리를 고민할 때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를 포진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눙력을 고르게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엔트리에 있다면 벤치 입장에서는 엔트리 활용의 폭을 더 넓힐 수 있다. 주전 선수들이 예기치 못한 부상을 당하는 등의 예기치 못한 변수를 대비해야 한다. 외야진의 경우는 김문호가 벤치의 구미에 딱 맞는 선수일 수 있다. 대타, 대수비, 대주자 등의 역할을 상황에 따라 맡길 수 있기 때문. 그렇기에 그가 아직 1군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남아있고, 중요해졌다고 볼 수 있다.
김문호도 그러한 역할이 자신에게 주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경쟁을 대비했고 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불어난 체격으로 등장했는데, 그는 “아무래도 장타력이 가장 부족하기 때문에 공을 멀리 보내는 법에 대해 코치님과 상의하고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문호는 자신에게 주어질 기회와 역할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을 각오다. 그는 “매 경기, 혹시 한 타석이나 한 이닝 수비에 투입되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을 각오를 하고 있다”고 힘주어 말하며 올해의 의지를 다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