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컬링 한일전은 결국 스킵(주장) 맞대결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김은정 스킵이 이끄는 한국은 오는 23일 오후 8시 5분 강릉 컬링센터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컬링 4강 플레이오프에서 일본을 상대한다.
한국은 예선 라운드로빈에서 7연승 포함 8승1패를 기록, 1위로 4강에 올랐다. 한마디로 승승장구했다. 세계랭킹 8위인 한국은 예선에서 톱5 국가를 모조리 쓸었다. 1위 캐나다를 비롯해 스위스(2위), 영국(4위), 스웨덴(5위),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3위)을 제물로 삼았다.
이런 거침 없는 행보를 보인 한국이 유일하게 패한 팀이 바로 일본(6위)이었다. 후지사와 사쓰키 스킵이 이끄는 일본은 이번 대회 초반 강했다. 한국을 포함해 3연승을 내달렸다.
하지만 일본은 후반 들어 더딘 승수쌓기로 5승4패에 머물렀다. 예선 최종전이었던 스위스마저 내줘 4강 진입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1승을 더하면 타이브레이커로 갈 수 있었던 미국이 스웨덴에 패하면서 힘겹게 올라왔다.
한국으로서는 껄끄러운 상대다. 서로를 워낙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김민정 여자 컬링 대표팀 감독은 한일전에 대해 "일본과는 같은 아시아존이다보니 경기를 굉장히 많이 했다. 얼음 위 기술보다는 각 팀원들의 장단점을 좀더 체크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특히 김 감독은 일본전에 대해 "올림픽 포함 11승8패로 우리가 앞선다"면서도 상대 스킵인 후지사와에 대한 경계를 늦춰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이 분석한 후지사와는 몇 년 전 소속팀을 옮겼으며 히팅과 런백 전략을 잘 활용한다. 잘 숨기고 붙이면 때려서 상황을 변화시키는 전략을 가졌다는 것이다. 더블 테이크아웃 라인은 절대 주지 않아야 하며 프리즈는 정확하게 붙여야 한다.
김 감독은 "그런 부분에 틈을 주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결국 정확도의 싸움이 될 것이다. 더 전략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선수들에게 주문했다.
여자 컬링팀은 '영미팀', '안경선배', '갈릭걸스', '마늘소녀' 등으로 불리며 이번 대회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런 뜨거운 관심은 여자 컬링팀에 힘도 된다. 하지만 걱정거리이기도 하다. 올림픽 전까지 한 번도 이런호응이나 관심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 감독은 중심이 돼야 할 김은정 스킵이 흔들릴까 걱정하고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최대한 주변에 신경 안 쓰려고 무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은정이는 본인이 마음을 닫아서 가라앉히려 한다. 하지만 제일 걱정이 스킵인 은정이"라고 말했다.
결국 양팀 경기는 양팀의 마지막을 샷을 담당하는 스킵의 정확성과 경기 전체를 운영해 나가는 스킵의 지략으로 승패가 갈린다고 볼 수 있다. 김은정과 후지사와의 맞대결에서 승부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항상 경기 전 "2시간 반이 걸리는 10엔드 경기를 다 잘할 필요는 없다. 한 엔드에 내 샷 2개만 정확하게 하면 된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풀어가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만큼 복잡하지 않고 간단하게 생각해서 경기를 풀어가라는 조언이다. 이 부분만 집중한다면 한국에 좀더 승산이 있고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고 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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