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퓨처스팀(2군) 코칭스태프는 지난겨울 바쁜 일상을 보냈다. 선수 지도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이수하기 위해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갰다. 바로 멘탈 코칭이었다.
지난 1월 15일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스포츠 멘탈 전문가인 쯔게 요이치로 코치가 SK의 강화퓨처스파크를 찾아 직접 강의했다. 8시간이나 진행된 이 강연에는 구단 프런트 11명은 물론 퓨처스팀 및 루키팀(3군) 코칭스태프 14명이 전원 참가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2군 코치들은 멘탈코칭연구소(MCI) 코치들로부터 멘탈 코칭을 각자 3~5시간 정도 이수해야 했다.
코칭스태프 대다수가 이런 멘탈 주제 강연은 처음이었다. 생소했고, 어떤 분야인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그러나 10시간 이상의 강연으로 코치들의 생각은 많이 바뀌었다. 코치들은 “선수들을 지도할 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 많았다”고 입을 모은다. 각자 강연 내용을 되짚으며 고민한 산물은 SK 가고시마 퓨처스팀(2군) 전지훈련을 살찌우고 있다.
세 가지가 많아졌다. 우선 소통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오랜 지도자 경력을 자랑하는 김무관 SK 퓨처스팀 감독은 “선임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둘째, 스킨십이다. 코치들과 선수들의 접점이 많아졌다. 셋째. 그 결과 선수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많아졌다. 훈련량이 많은 와중에서도 선수들은 좋은 분위기 속에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1군과 2군은 많은 것에서 다르다. 1군 선수들은 대다수가 자신의 것들이 확실하게 갖춰져 있다. 그러나 2군은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완성이 덜 된 선수들이 많다. 게다가 입지 문제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하다. 코치들의 말 한 마디가 선수들의 사기를 들었다 놨다 한다. 때문에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면밀하게 살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렇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코칭도 무용지물이라는 게 SK의 발상 전환이다.
김무관 감독은 “미국의 마이너리그 코치들은 ‘이 선수들이 MLB에서 된다, 안 된다’만 판단하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르다. 기술은 물론 심리적인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코칭도 중요하지만, 선수들의 인생을 바꿔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멘탈 코칭, 그리고 그룹 코칭 등으로 스태프들의 인식이 많이 바뀌어가고 있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말 한 마디 한 마디의 소중함을 느낀다는 퓨처스팀 코칭스태프들이다. 김 감독은 “물론 우리의 원칙이 흔들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코치 위주가 아닌, 선수들의 의견을 많이 수렴하는 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말도 조심해야 하고, 어휘 선택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SK는 최근 몇 년간 구단의 매뉴얼과 시스템을 선진화시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선수단 관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코치 육성도 마찬가지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염경엽 SK 단장은 “지금 2군에서 육성하고 있는 코치들이 1군에 올라올 때 구단의 1차 시스템 정비가 완성되는 것”이라면서 “2년 정도의 시간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치들의 멘탈 코칭은 그 장도의 첫 걸음이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도 코치 교육은 계속된다. 기술적, 심리적인 측면 모두에서 선진화된 시스템을 자주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줄 예정이다. 물론 아직은 작은 변화다. 당장 성적으로 직결되는 부분은 아니다. 누군가는 쓸데없는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변화가 모여 시스템 정착으로 이어지면 무시 못할 기반이 된다. 가고시마 캠프에 활짝 핀 웃음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