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자존심 세우기일까, 도를 넘은 갑질일까. 촬영장에서의 제작진과 배우들 사이 잡음이 없어진 듯하면서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7일 지상파 수목극 1위를 달리고 있는 SBS '리턴'이 사상 초유의 불화설에 휩싸였다. 주연배우 최자혜 역의 고현정과 주동민 PD를 비롯한 제작진이 마찰을 빚어 촬영이 중단된 것.
'설'은 사실이었다. 고현정과 '리턴' 제작진은 지난 5일 촬영 현장에서 다퉜는데 배우가 아닌 제작진이 촬영을 거부했다. 결국 긴 논의 끝에 고현정이 드라마에서 하차했고 제작진은 박진희를 최자혜 역으로 어렵게 섭외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시청자들의 비난은 양쪽으로 나뉘었다. 촬영 중간에 주연배우를 하차시킨 제작진과 PD 폭행설을 비롯한 여러 루머에 휘말린 고현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팽팽했다.
촬영장에서 배우와 제작진이 기싸움을 벌인 건 오늘 내일 일이 아니다. 특히 고현정으로서는 2012년 '고쇼' 등 여러 차례 촬영장에서 제작진과 불화로 PD가 교체된 일이 많았다.
일각에서는 배우의 자존심을 위해 제작진이 감내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의견을 냈다. 분량이나 캐릭터가 문제가 갈등요소라면 배우로서 작품에 애착을 가진 만큼 충분히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두둔이다.
반면 배우의 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가게끔 둔 시스템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회당 천문학적인 출연료를 받는 배우들이 제작진을 무시하며 안하무인격 태도를 보이는 게 문제라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의 문제일 터다. 최근 종영한 tvN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MBC '돈꽃'은 흥행으로 따지면 대박이었는데 출연한 배우들 모두 제작진에게 공을 돌렸다.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고 배우들을 배려하는 제작진 덕에 마음껏 연기했다는 훈훈한 소감이었다.
배우로서 자존심을 지키려는 쪽도, 작품 전체의 그림을 그려야 하는 제작진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다만 조율점을 찾지 못해 갈등이 폭발해버린 이번 사태는 시청자들로서 두고두고 아쉬울 따름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