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사람에게 당한 배신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연극계 거물’ 연희단 거리패 이윤택 전 대표에 이어 ‘믿고 보는’ 배우로서 대중에 신뢰감을 안겨왔던 조민기가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성추행을 일삼아왔다는 의혹이 줄을 잇는 상황이어서 문화·예술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민기는 지난 2010년 3월 청주대학교 공연영상학부 조교수로 임용된 이후 여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온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SNS와 청주대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조민기가 여제자의 신체를 만지거나 술에 취해 오피스텔로 불렀다는 등의 충격적인 폭로글이 나오고 있어, 정확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해당 사건이 쉽게 덮어지지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피해 학생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지고 있어 파문은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민기는 성추행 의혹이 확산되자 어제(20일)오후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 측 공식입장을 통해 “기사화된 내용,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있는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라고 해명했다.
교수직 박탈 및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했지만 같은 날 늦게 청주대 출신 배우 송하늘이 “저와 제 친구들, 선후배들이 당했던 일은 명백한 성추행이었다. 수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며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라고 정면 반박하면서 파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이에 조민기와 소속사 측은 “소속사 차원에서 이뤄지는 확인을 넘어 더욱 명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판단해 조민기는 앞으로 진행될 경찰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라며 “불미스러운 일로 많은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조민기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한층 악화된 이유는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2015년 방송된 예능 ‘아빠를 부탁해’에 딸과 함께 출연하며 서툴지만 따뜻한 아빠의 면모를 부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가 시청자들에게 보여줬던 든든한 가장의 모습이, 현재까지 폭로된 성추행 의혹들에 상쇄돼 배신감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일련의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문화·예술계는 물론 우리나라 전반에 발을 못 붙이도록 법적인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서는 직업, 나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예외 없이 엄벌해야 한다. 법적 처벌은 물론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도록 사회적인 분위기가 굳어져야 한다./purplish@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