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불참의 아쉬움 때문일까. 김현수는 태극마크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현수는 2008 베이징올림픽 이후 줄곧 대표팀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했다. 2년차 김현수는 김경문 당시 대표팀 감독에게 낙점받아 첫 성인무대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일전에서 이와세 히데키 상대로 좌전 안타를 뽑아낸 장면은 여전히 많은 팬들 기억에 선하다.
이후부터 태극마크 '개근상' 수준이었다. 베이징올림픽부터 2015 WBSC 프리미어12까지 6개 대회에 모두 참여했다. 성적도 좋았다. 38경기 출장, 타율 3할8푼7리, 32타점으로 활약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5경기 타율 5할5푼6리의 기염을 토했고, 프리미어12 MVP까지 꿰찼다.
하지만 지난해, 그 개근이 깨졌다. 당시 소속팀이던 볼티모어가 이를 막아섰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팬들은 WBC에 흥미를 가질지 모르지만 나는 반대다. 이는 루틴에서 벗어나는 도전이다"고 밝혔다. 결국 볼티모어는 김현수에게 WBC를 허락하지 않았다. 김현수는 김인식 대표팀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 불참 의사를 정중히 전했다.
김현수는 "대체 선수인 (손)아섭이가 잘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믿음을 보였다. 하지만 대표팀은 홈에서 열린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하며 고개 숙였다.
김현수는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를 거쳐 LG에 입단했다. '국가대표'로서의 모습을 기대해도 되는 걸까. 당장 올해부터 국가 대항전이 줄줄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부터 2019 프리미어12, 2010 도쿄올림픽까지 예정돼있다. 타자로서 정점에 있는 김현수의 합류는 든든할 수밖에 없다.
미국 애리조나주 LG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김현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김현수는 "결국 내가 좋은 성적을 내서 자격을 갖추는 게 먼저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인터뷰를 지켜보던 LG 관계자에게 "대표팀에서 불러준다면, 안 막으실 거죠?"라고 되물었다. 뼈있는 농담이었다.
김현수는 "대표팀에 뽑히면 열심히 하겠다. 지난해 대표팀에 못 갔던 게 아쉬웠다. 물론 볼티모어의 결정이었지만 답답했다. 구단에서 반대하지 않는다면, 태극마크를 달고 열심히 뛰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개근생' 김현수의 활약을 올 가을 지켜볼 수 있을까. /ing@osen.co.kr
[사진] 파파고(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