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m 계주 금메달이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 선수들에게는 힐링 선물이 됐다. 대표팀엔 1개의 금메달이었지만 5개의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김아랑(고양시청), 최민정(성남시청), 심석희(한체대), 김예진(평촌고), 이유빈(서현고)으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20일 밤 강릉 아이스아레나서 열린 대회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금메달은 여자 부문에서 올림픽 6번째(1994, 1998, 2002, 2006, 2014, 2018년)다. 계주에 출전하지 않았던 1992년 알베르빌 대회를 제외하면 쇼트트랙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이래 2010년 밴쿠버 대회에서만 유일하게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한국은 이 금메달로 여자 쇼트트랙 세계 최정상임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항상 다른 팀에게 벽이었던 선배들의 업적을 고스란히 이어간 것이다.
더구나 이번 금메달은 5명으로 구성된 대표팀 선수들의 마음을 치유한 '힐링 선물'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선 '맏언니' 김아랑은 이번 금메달을 통해 지난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겪었던 부상 악몽에서 벗어났다. 김아랑은 자신이 탈락되면서도 후배들을 보살폈다. 하지만 이날은 마음놓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김아랑은 "소치 대회 후 크고 작은 부상 때문에 기량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었다. 바닥부터 한다는 생각으로 재활에 집중하며 올림픽 선발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발전 뒤 열심히 준비를 했는데 월드컵에서 기대에 못미쳐 스스로에게 약이 됐다. 그 점이 힘들었다"면서 "압박과 부담을 자신감으로 이겨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심석희에게는 몸과 기분을 추스르는 금메달이었다. 심석희는 코치 폭행 파문에 따른 진천 선수촌 이탈과 500m와 1500m 예선 탈락이라는 이중고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심석희는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나 말고도 다들 마음 고생이 많았다. 많이 혼나기도 했다. 정말 많이 노력했다. 다같이 고생하고 노력한 결과가 나와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제가 좋은 성적을 내고, 경기를 잘했을 때보다 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힘이 돼줬다. 경기 이외에 새로운 경험을 하고 느꼈던 것에 감사한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줘서 다같이 좋은 모습 보여드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절대 에이스 최민정에게는 자신감이 됐다. 500m 실격을 1500m 금메달로 이겨낸 최민정은 이제 12년 만에 3관왕 도전에 나서게 됐다. 최민정은 22일 1000m에서 진선유(2006 토리노 올림픽) 이후 첫 도전에 나선다.
최민정은 "5명이 금메달을 따서 기쁨이 5배다. 서로 믿었고 국민들도 응원을 많이 해줘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면서 "남은 한 종목에 집중하겠다. 후회없이 다 보여드려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유빈에게는 언니들에게 들었던 미안함을 털어내게 해줬다. 계주 예선 레이스 도중 넘어져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이유빈은 "메달을 따게 해준 언니들에게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자 언니들은 일제히 "네가 뛰어서 딴 건데 무슨 소리냐"고 웃으며 화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결승전에서 금메달에 힘을 보탠 김예진에게는 값진 보람이었다. 김예진은 "우리가 큰 상을 받게 됐다. 언니들이 많이 도와줬다. 다들 잘 이끌어줬다. 내가 긴장 많이 안하게 해주려고 언니들이 노력했다. 그런 것에 대해 고맙다"고 웃어보였다.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항상 "다른 건 몰라도 계주 만큼은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 선수단엔 1개에 불과한 금메달이지만 5명에게는 힐링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letmeout@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