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 사실 강동원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수식어다. 186cm의 큰 키에, CD로 가려질 만큼 조그마한 얼굴, 비현실적 비주얼까지, 강동원을 수식하는 것들은 대부분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단어들이다. 그러나 영화 ‘골든슬럼버’에서는 다르다. 강동원은 한 순간에 대통령 후보 암살범으로 몰린 택배기사 건우 역을 맡아 평범한 이웃 청년의 얼굴을 그려낸다. ‘골든슬럼버’는 강동원에 의한, 강동원을 위한, 강동원의 ‘원맨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믿고, 의심하고, 뛰고, 날고, 사랑하고, 절망하며, 웃고, 우는 강동원이 ‘골든슬럼버’에 모두 있다.
체중을 늘려 다람쥐처럼 빵빵해진 볼에, ‘미용실에서 망쳤다’는 뒷이야기를 가진 헤어스타일을 한 평범한 강동원. 이렇게 생경하지만, 반가운 강동원의 변신을 완성한 것은 ‘골든슬럼버’를 연출한 노동석 감독이다.
노동석 감독에게 강동원은 ‘좋아하고 선망하던 배우’였다.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 강동원에 대해 사전 정보를 모두 지우고 백지 상태로 만났다는 노동석 감독은 “‘골든슬럼버’를 보며 강동원이라는 인간적인 배우를 만날 수 있다”며 “강동원을 생각할 때 관객 분들은 멋있고 장르화된 인물을 많이 기억한다. 그런 점에서 ‘골든슬럼버’는 어떻게 보면 허술하고, 인간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강동원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아주 우연하게 아이돌 스타를 구하며 모범 청년으로 전 국민의 영웅 대접을 받았고, 누군가의 음모로 한 순간에 나락에 떨어진 택배 기사.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강동원이 반드시 필요했다. 7년 전부터 ‘골든슬럼버’ 리메이크를 제의하며 작품에 애정을 쏟아온 강동원은 어려운 도전을 슬기로운 변신으로 성공해냈다.
“강동원에게 고마운 건 제가 감독이라 그런지 몰라도, 저한테 쉽게 마음을 많이 열어주고, 제가 들어갈 틈을 많이 주더라고요. 강동원은 촬영할 때 감독이 다음을 어떻게 찍으려고 하는지 캐치를 하는 배우예요. 연기를 할 때 편집을 생각하면서 연기하죠. 함께 촬영하는 게 굉장히 수월해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강동원에게 비범함을 느꼈어요. 반대로 인간적인 면도 많이 느꼈죠. 촬영을 마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싶어 하고(웃음), 같이 어울려서 밥 먹는 거 좋아하는 소탈한 배우예요. 또한 항상 감독의 얘기에 귀를 여는 배우죠. 촬영을 하다보면 선택의 상황에 놓일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감독의 생각을 존중하려고 해줘요. 감독의 말이 늘 옳지는 않지만요(웃음). 감독에게 버팀목이 되는 배우죠.”
노동석 감독은 강동원의 연기를 보다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고. 노 감독이 강동원의 연기를 보면서 울었다는 이야기는 강동원의 인터뷰를 통해 먼저 폭로됐다. 노동석 감독은 “강동원이 훔쳐보고 얘기를 한 것 같다”고 수줍어하며 “제가 만드는 영화에 감정적으로 도취되고자 한 건 절대 아니다”라고 손사래쳤다.
“배우가 너무 고생하는 장면을 찍거나, 스태프들이 너무 고생하는 장면을 찍을 때 만드는 사람에게 주는 감정이 있어요. 특히 건우(강동원)가 배수로에서 걸어오면서 선영(한효주)에게 전화하는 장면을 찍는데 저도 모르게 눈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예전에 강동원이 자신의 친구 얘기를 들려준 적이 있어요. 친구에게 배신당했던, 그럼에도 그 친구에 대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강동원의 경험들을 들으면서 정말 건우 같다는 생각을 했죠. 평범하게 지방 소도시에서 자랐고, 슈퍼스타가 돼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기도 하죠. 건우가 선영에게 하는 말이 진짜 그 사람의 진심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울컥했어요.”
‘골든슬럼버’는 한순간 암살범이 된 남자의 도주극이지만, 반대로 인간, 더 자세히 말하자면 친구들에 대한 믿음을 확인해 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평범한 인물이 의도치 않은 세간의 관심을 받다, 엄청난 음모에 휘말리고, 살아남아 진실을 알리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은 분명히 ‘도주극’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우정을 확인하고 회복한다는 점에서는 감성 드라마에 가깝다.
“‘골든슬럼버’는 평범한 사람이 엄청난 음모에 휘말리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지인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는 점이 보통의 액션 스릴러와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주인공 자체가 다르죠. 평범한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그가 할 수 있는 능력치가 너무 없기 때문에, 적대자와 제대로 된 싸움을 보여줄 수가 없어서 관객들에게 충분한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걱정도 했어요. 그래서 더 보통의 액션과는 다른 액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많은 관객 분들이 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한 번쯤 잊고 지내는 친구들이, 그들의 안부가 궁금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건우라는 인물이 리트머스 시험지가 되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건우의 친구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물음을 던지는 영화죠. 친구들이 건우에게 대단히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게 건우라는 친구가 있었지, 걔는 내가 아는 한 그럴 일은 하는 아이는 아니었지’ 생각하면서 믿어주거든요. 관객들에게도 이 친구들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하는 경험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mari@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