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더스틴 니퍼트와 라이언 피어밴드. 이들의 공통점은 '멘토'를 자처한다는 것이다. 젊은 투수가 많은 kt에게는 단순히 '외인 에이스' 이상의 존재가 될 전망이다.
kt는 올 시즌 니퍼트와 피어밴드로 외인 투수 슬롯을 채웠다. 'kt 3년차' 피어밴드는 지난해 26경기에 선발등판해 160이닝을 소화하며 8승10패,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했다. 장원준(두산·3.14), 에릭 해커(NC·3.42) 등을 제치고 이 부문 1위. 2015년 1군 진입한 kt의 첫 개인 타이틀 수상자의 영예도 함께였다. kt는 피어밴드와 재계약하며 올해도 함께한다.
지난해 피어밴드의 짝은 돈 로치였지만 올해는 니퍼트로 바뀌었다. 2011년 두산 유니폼을 입으며 KBO리그에 데뷔한 그는 7년간 185경기에 등판해 1115⅔이닝을 소화하며 94승43패, 평균자책점 3.48을 기록했다. 94승-917탈삼진 모두 외인 역대 최다 기록. 지난해 다소 부진하며 노쇠화 우려가 따르지만, 어느 정도 관리만 따른다면 충분한 역할이 가능하다고 평가받는다.
이들에게 에이스라는 칭호는 큰 의미 없다. 니퍼트는 "나와 피어밴드가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하다. 에이스 자리는 큰 의미 없다"고 밝혔다. 피어밴드 역시 "지난 시즌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아닌 로치가 에이스로 평가받았다. 난 계약 여부도 불투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결국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지, 에이스라는 칭호는 의미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서로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피어밴드와 니퍼트는 지난해 나란히 드림 올스타로 뛰었다. 처음 대화를 나눈 순간이었다. 피어밴드는 "그때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해졌다. 니퍼트처럼 한국에서 오래 뛰고 싶다"는 소망까지 드러냈다.
니퍼트와 피어밴드는 지난해까지 젊은 투수들의 멘토를 자처했다. 젊은 투수들이 그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언제나 성의껏 경험을 전해줬다. 올해라고 달라지지 않는다. 니퍼트는 "도울 부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돕고 싶다. 1군에 있는 선수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라며 "내 생각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그걸 듣는 이가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생각만 해도 성공이다"라고 밝혔다. 피어밴드도 "내게 질문해주는 게 고맙다. 지난해 고영표나 심재민이 내게 많은 질문을 던졌다. 매커니즘부터 루틴까지 토론하면서 나 역시 느끼는 게 많다"고 강조했다.
이들을 향한 질문 세례는 때와 장소가 없다. 특히 투수 한 명이 니퍼트에게 질문을 한다면 많은 이들이 주위에 몰린다. 그라운드는 마치 작은 강의실처럼 변한다.
니퍼트와 피어밴드를 가장 따르는 건 고영표다. 그는 "융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니퍼트와 피어밴드의 생각은 물론이고 많은 이들이 생각이 더한 뒤 거기서 장단점을 나눌 수 있다. 그 고민을 거치면 비로소 내 것이 된다"라고 밝혔다. 이런 고영표 옆에는 대졸 투수 신병률이 따라 붙는다. 멘티가 멘토가 되는 선순환이다.
kt는 10개 구단 중 젊은 투수 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런 선순환이 지속된다면 영건들은 각자의 철학을 지니게 된다. 그것이 성적으로 이어진다면 kt로서는 더 바랄 게 없을 것이다. /ing@oes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