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이렇게 아버지에게 잔인할걸까요?'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을 보는 시청자들이 반응이다. 재벌의 갑질에 당하는 굴욕적인 부성애를 넘어 다시금 안 판정까지. 아버지 서태수(천호진)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은 암울하다.
지난 18일 방송된 '황금빛 내인생'에서는 서태수의 상상암이 오진이었고 사실은 '진짜 위암'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이 그려졌다. 실제 위암이었는데 이전 병원의 의사가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이는 서태수가 해성그룹의 딸 최은석 실종 사건과 관련, 서지안(신혜선)-서지수(서은수) 두 딸들 등 가족에 대한 기사를 막고 행복감에 젖어있던 찰나 듣게 된 비보라 아픔을 더했다.
드라마 속 서태수의 행보는 잔인했다. 든든한 배경이 돼 주지 못한다는 생각에 늘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는 (사실 엄마가 주도한) '딸 바꿔치기'로 인해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는 중이다. 그러던 중 위암에 걸렸고 그는 이 마저도 행복이라 생각하며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그의 삶은 쉽지 않았다. 재벌 회장이 찾아와 연달아 뺨을 때리고 납치범이 돼 최은석 실종 사건을 모두 뒤집어쓰라는 비상식적인 종용에도 자식들을 위해 참고 참았다. 그렇지만 암이 실제가 아닌 상상암이란 진단을 받게 되자 다시금 서서히 안정과 기쁨을 찾은 그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금 상상암이 오진이란 판정이 내려진 것. 의사는 "지난번 병원에서 오진을 한 것 같다"는 청천벽력같은 말을 전했다. 서태수도 시청자도 차마 믿지 못할 만한 내용이었다. 2017 KBS 연기대상까지 받은 천호진이지만 이런 서태수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아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극본을 쓰는 소현정 작가는 전작 KBS2 '내 딸 서영이'에서도 참담한 아버지상을 보여줬던 바다. 당시 주인공 이서영(이보영)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여대생이었지만 능력이 부족한 아버지를 미워했고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아라고 거짓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딸에 의해 존재가 지워진 아버지. 그 아버지는 혹시나 딸에게 피해를 끼칠까 두려워 조심스러운 그림자가 됐던 바다.
작가가 생각하는 한국 아버지들의 자화상일 수도 있고, 극적 전개를 위해 선호하는 장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설정이 지나치면 오히려 몰입감을 방해한다는 것. '아버지에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할 이유가 있었나'란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작가의 확실한 의도가 있길 바란다. /nyc@osen.co.kr
[사진] KBS2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