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기는 단 2주면 충분했다. 절반을 뛰고도 18홈런을 때려냈다. 풀타임 소화가 기대된다는 평가도 함께였다. 멜 로하스 주니어 이야기다.
로하스는 지난해 kt의 복덩이였다. kt는 당초 내야수 조니 모넬로 외인 타자 슬롯을 채웠다. 하지만 모넬은 28경기서 타율 1할6푼5리(105타수 14안타), 2홈런, 9타점에 그쳤다. 한 차례 1군 말소로 추스를 시간을 줬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합격점이 힘들었다. 결국 kt는 모넬을 방출하고 로하스를 데려왔다.
로하스는 합류 초반 고전했다. 김진욱 감독이 "메이저리그 출신 맞나"고 당황했을 정도. 하지만 적응을 끝내자 펄펄 날았다. 로하스는 83경기서 타율 3할1리, 18홈런, 56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OPS(출루율+장타율)는 0.911에 달했다. 수비에서도 중견수를 도맡으며 팀의 외야를 지켰다. 갈수록 발전하는 타격 재능에 성실한 태도까지 합격점이었다.
kt는 올 겨울 과제 0순위로 로하스 잔류를 꼽았다. 그리고 로하스는 연봉 100만 달러에 kt와 재계약했다. 메이저리그 재도전을 고민했지만 결국 남았다. '조원동 섹시가이'는 1년 더 kt위즈파크에서 뛴다.
로하스는 스프링캠프 합류 전까지 철저한 벌크업으로 완전히 달라져서 왔다. 로하스는 "지난해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다.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고 싶다"고 다짐했다.
- kt와 재계약을 했다. 팬들은 '로하스의 여권을 빼앗아야 한다'고 했는데, 재계약에 망설임은 없었나?
▲ 메이저리그 욕심은 선수라면 당연하다. 하지만 월드시리즈가 끝나야 선수단 인선에 나서는 흐름이다. 나는 그 전에 kt와 재계약하기로 마음 먹었다.
- 지난해 복덩이로 불리며 활약했다. 모습에 만족하는지?
▲ 전혀. 언뜻 성적이 좋아보일 수는 있다. 하지만 내 활약이 팀 성적을 끌어올릴 만큼 좋지는 못했다. 올해는 반드시 팀 성적을 올리는 데 보탬되고 싶다.
- KBO리그 초반 고전하던 모습이 어느 순간 사라졌다. 달라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 자신감은 처음부터 있었다. 다만, 적응에 시간이 필요하다. 한국 오기 일주일 동안 운동하지 않았던 것도 실전 감각에 영향이 있던 것 같다. 시간이 해결해줄 거로 믿었다.
- 다른 선수들이 먼저 짓궂은 장난을 걸어올 만큼 친화력이 상당하다. kt의 분위기 메이커로 꼽힌다.
▲ kt가 너무 좋다. 팬들은 야구장 안에서 매번 패하는 모습만 지켜본다. 때문에 분위기가 안 좋을 거로 생각한다. 하지만 라커룸 안에서는 다르다. 선수들 사이 신뢰가 돈독하다. 늘 좋은 분위기 유지하는 게 kt의 최대 장점 같다.
- 말한 것처럼, kt는 승리보다 패배가 훨씬 많았다. 김진욱 감독은 목표로 5할 승률을 내걸었다.
▲ 맞다. 지난 시즌 막판, 점차 좋아지는 모습이 보였다. 감독이 5할 승률을 목표로 정했으면, 나를 비롯한 선수들은 따를 뿐이다. 시즌 막판의 모습이 유지된다면 마냥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 조원동 섹시가이라는 별명이 있다. 이번 겨울, 근육을 더욱 많이 불렸다.
▲ 이제 몸집이 커져서 섹시가이라는 별명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웃음) 근육을 늘린 건 장타력 상승을 위해서였다.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홈런을 치고 싶다. 겨우내 운동만 했다. 프리배팅에서 확실히 타구 속도가 붙은 걸 느꼈다.
- 더스틴 니퍼트와 황재균이 합류했다. 팀 전력이 강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 당연하다. 니퍼트는 한국 야구에 오래 있었다. 야구장 안팎에서 모두 도움될 것이다. 황재균이 야구하는 걸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훈련만 봐도 좋은 타자라는 게 느껴진다. 나 역시 기대 중이다.
- 인터뷰 초반, 메이저리그 욕심은 당연하다고 했다.
▲ 맞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kt의 포스트시즌에 보탬이 되고 싶다. 그래야 내 활약에 만족할 것 같다. 내 스스로 만족할 만큼의 활약, 바꿔 말해 kt의 가을 야구에 보탬이 된 다음 메이저리그에 재도전하는 게 목표다.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