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김경문 감독님, 그리고 (이)종욱이처럼 우승이 간절한 사람이 있을까요".
손시헌은 만 37세였던 2017시즌 124경기에 나서 타율 3할5푼, 5홈런, 45타점을 기록했다. WAR(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은 2.55. 역대 만 37세 유격수 중 단연 1위다. 수비 부담이 심한 포지션을 맡으면서도 타격에서 꽃을 피운 셈.
그러나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에넥스필드의 NC 1차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손시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히려 아쉬움 많은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팀에 도움이 못 됐다.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던 것 같다. 수비에서도 그렇고, 팀이 필요할 때 타점을 올리지 못했다. 올해는 이 부분들에 신경 쓰겠다"고 다짐했다.
유격수는 수비 부담이 심한 자리다. 때문에 나이를 먹어 신체 능력이 떨어지면 그 자리를 조금씩 포기하게 된다. KBO리그 역대 최고의 유격수 이종범이 그랬고, '국민 유격수' 박진만도 그랬다. 그러나 손시헌은 여전히 NC의 주전 유격수다. 그는 "유격수 아니면 못 본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뒤 "과거에는 유격수라면 내야 전 지역은 물론 외야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화 시대다. 시기를 잘 타고났을 뿐이다. 아직 체력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손시헌은 시즌 종료 후 두 번째 프리에이전트(FA)를 신청했고, 2년 총액 15억 원에 계약했다. 올 겨울 유달리 추웠던 베테랑들의 한파를 비껴간 그였다. 손시헌은 "구단에서 '앞으로 잘 하라'는 의미로 챙겨준 것 같다. 어쩌면 FA 계약 전부터 나를 주장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 같다. 단순히 그라운드 위에서만이 아니라, 베테랑으로서 여러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정리했다.
그에게 주장은 낯선 듯 익숙한 자리다. 두산 시절이던 2010년부터 2년간 완장을 찼다. NC 이적 후에도 이종욱과 박석민이 흔들릴 때 한 차례씩 캡틴 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NC 이적 후 정식 주장으로 선임된 건 처음이다. 손시헌은 "이호준 선배가 다져놓은 문화가 확실하다. 우리 선수들은 터치할 일이 없다. 알아서 잘하기 때문이다. 나무랄 것 없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다. 어색하진 않다"고 자신했다.
이제는 현역으로 뛸 날이 뛴 날보다 적어진 그다. 인터뷰 말미, 손시헌은 남은 선수 생활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 하나를 힘주어 말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듯, 우승이었다. 그러나 혼자만의 우승이 아니다. 김경문 감독, 이종욱과 함께하는 왕관을 쓰고 싶어한다.
"김경문 감독님과 14년째 인연이다. 데뷔 2년차인 2004년 때부터 감독님이 지휘봉을 잡으셨다. 감독님이 NC로 먼저 떠났던 2012~2013시즌 2년을 제외하면 매년 한 팀에서 뛰었다. 감독님과 인연은 (이)종욱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도, 감독님도, 종욱이도 아직 프로에서 우승을 못해봤다. 우승이 제일 간절한 사람은 아마 감독님과 나, 종욱이가 아닐까. 정말 누구보다도 간절하다. 올 시즌, 좋은 기회가 오고 타이밍이 맞아떨어진다면 꼭 감독님, 종욱이와 함께 우승하고 싶다".
손시헌의 절실함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그 꿈을 이룰 시간이 점차 짧아오고 있다. 그만큼 강해지는 의지다.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