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휴, 입이 방정이에요".
성장형 타자. 박민우를 설명하기에 이만한 단어는 없다. 데뷔 첫 시즌인 2013년, 프로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32경기 출장 타율 2할6푼8리(41타수 11안타)에 그쳤다. 재능은 충분하다고 평가받았지만 시간이 필요해보였다.
하지만 박민우는 그 벽을 1년 만에 허물었다. 2014년 118경기서 타율 2할9푼8리, 87득점, 50도루를 기록하며 신인왕을 탔다. 이어 2015년에는 141경기 출장해 타율 3할4리, 111득점, 73득점, 20도로 한층 더 성장했다.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2016년 121경기서 타율 3할4푼3리, 84득점, 20도루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06경기 타율 3할6푼3리, 84득점, 11도루로 만개했다. 김선빈(KIA)과 시즌 막판까지 타율왕 경쟁을 펼치며 아쉬운 3위에 머물렀다.
한 관계자는 2015년 박민우를 두고 '어쩌면 나성범이나 에릭 테임즈보다 박민우가 더 무서운 타자다. 매년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어디까지 커갈지 가늠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그만큼 박민우는 매년 껍질 하나씩 벗겨왔다.
박민우는 지금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 에넥스필드의 1차 스프링캠프지에서 재활 중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왼 발목 뼛조각 제거와 웃자란 뼈를 깎아냈다. 시즌 개막에 맞춰 몸을 만드는 단계다.
캠프에서 만난 박민우는 '성장형 타자'라는 얘기를 듣자 손사래를 쳤다. 이어 그는 "입이 방정이다"라고 자책했다. 매년 성장해놓고 스스로 그 가치를 떨어뜨리는 걸까? 박민우는 "매년 목표로 내걸었던 걸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6시즌을 앞두고 "도루왕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장담했다. 2014~2015시즌 2년 연속 도루 2위에 머물렀기에 목표는 당연했다. 하지만 그 해 20도루로 아쉬움을 남겼다. 이어 2017년에는 "전 경기에 출장하고 싶다"고 다짐했으나 106경기 출장에 그쳤다. 후반기 내내 발목 통증을 안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었다. 데뷔 시즌인 2013년(32경기) 다음으로 적은 경기였다.
박민우는 "목표를 내걸면 매번 그게 잘 안 됐다. 아무래도 입이 방정이다"라고 자책했다. 많은 영역에서 성장을 거듭했지만, 그걸 부각하기보다는 안 좋았던 부분을 찾아 고치려 하는 셈이다. 타격 2위에 올랐던 지난해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2016년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주위에서는 표면적인 기록을 보고 '2017년이 커리어 하이다'라고 말한다. 고맙지만 팀 승리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기에 나서는 게 첫 번째다. 그걸 못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다".
자연히 2018년의 목표 역시 건강함이다. 다른 수치는 신경쓰지 않는다. 그는 "만약 시즌 중후반까지 타율 4할 근처에서 머문다면, 그 순간 목표는 4할 타율이다. 하지만 지금 시점부터 목표를 세워두고 싶지 않다. 그저 부상 없이 뛰는 것만 생각 중이다"라고 다짐했다.
장점보다 약점을 먼저 보고 있다. 어쩌면 이런 태도가 박민우의 성장 원동력일지 모른다. 2018년, 또 한 번 알을 깰 박민우의 모습은 어떨까.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