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차가 분명했다. 세계랭킹 7위 스위스를 상대로 한국은 최선을 다했다. 몸을 날리며 막아냈다. 출혈이 될 정도였지만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17일 강원도 강릉 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 A조 조별예선 2차전서 스위스에 0-8(0-1 0-2 0-5)으로 완패했다.
체코를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한국은 2차전서 스위스의 벌떼 하키에 완전히 경기 흐름을 내줬다. 결국 3피리어드에 무너지면서 큰 점수차로 패했다.
아이스하키팀 전력의 60%는 골키퍼가 차지한다. 골문을 든든하게 지켜야만 강팀이 될 수 있다. 현재 세계적인 추세다. 특히 이번 대회서도 골키퍼들의 중요성이 어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세계랭킹 6위 체코에 비록 1-2의 패배를 당했지만 분전을 펼쳤던 한국은 골리 맷 달튼이 상대 골리 보다 더 높은 선방률을 기록했다. 달튼은 체코의 40개의 소나기 슛 중 38개를 막아내면서 방어율 95%를 기록했다. 1피리어드 중반 문전에서 상대 슈팅을 막아내기 위해 스틱을 던지고 팔을 뻗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비록 2골을 내주긴 했지만 체코의 파상 공세를 막아낸 달튼 덕분에 한국은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었다.
스위스는 골키퍼의 활약이 떨어지며 완패했다. 스위스는 캐나다에 유효 슈팅에서 29-28로 앞서고도 1-5로 패했다. 특히 스위스는 선발 골리 레오나르도 지노니는 첫 올림픽 무대에서 25분 52초 만에 4실점 한 뒤 교체됐다.
그 후 베테랑 골리 요나스 힐러가 나머지 시간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힐러는 비록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에 드래프트 되지는 않았지만 캘거리 플레임스와 애너하임 덕스에서 꾸준히 활약한 베테랑. 그리고 힐러와 함께 출전한 토비아스 스테판도 NHL 경험이 있다.
NHL 경험이 없는 달튼은 1피리어드 초반 스위스의 맹렬한 공격을 잘 막아냈다. 11개의 슈팅을 막아내면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다만 문전 혼전중 첫 골을 내줬다. 하스 게튼이 비하인더 넷에서 랩어라운드 후 연결한 퍽을 달튼이 스틱으로 골대를 막고 있었지만 실낫 같은 구멍을 찾아서 골을 넣었다.
한국도 결정적인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스위스 골리 힐러는 왼발을 밀어내며 스케이트로 퍽을 막아냈다.
달튼은 비록 실점을 허용했지만 몸을 날렸다. 2피리어드 분 초 스위스의 펠리시안 드 보어가 갑작스럽게 날리 슛을 달튼은 몸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가슴을 통과한 후 뒤로 흘러가던 퍽을 스틱을 들고 있던 오른손으로 걷어냈다. 심판의 판정 끝에 골로 인정됐다. 하지만 몸을 뒤로 젖힌 뒤 상상하기 힘든 움직임을 선보이며 자신의 능력을 다시 뽐냈다.
맷 달튼의 선방과 함께 주장 박우상의 육탄방어도 눈물 겨웠다. 박우상은 스위스가 몰아치던 2피리어드 4분 32초 문전에서 몸을 날리며 상대의 슈팅을 막았다. 크리스 혼전 중 박우상은 상대의 스케이트 날에 얼굴을 맞고 찢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우상은 가벼운 치료 후 경기에 계속 출전했다.
NHL 출신 선수와도 대등했다. 비록 맷 달튼은 27개의 슈팅중 5골을 허용하며 방어율이 81.48%로 떨어졌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수준이 크게 달랐다. 최선을 다했지만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10bird@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