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24, 강원도청)에게 '황제' 자리를 넘긴 두쿠르스(34, 라트비아)가 은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쿠르스는 지난 16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끝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에서 1~4차 레이스 합계 3분22초31를 기록, 3분20초55의 윤성빈보다 1초76 뒤졌다. 결국 이번 대회에서 두쿠르스는 4위에 그치며 메달 없이 돌아가게 됐다.
17일(한국시간) '디에나', '델피' 등 라트비아 언론에 따르면 두쿠르스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고통스럽고 힘든 레이스였다. 아마 내 생애 가장 힘든 레이스가 아니었나 생각한다"면서 "내가 모든 것을 손에 가지고 있었나 싶다. 첫 경기에서 안 좋았지만 다음 두 경기에서는 확신을 가지면서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차 시기 50초85로 공동 5위에 그친 두쿠르스는 2차 시기 50초38, 3차 시기 50초32로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4차 시기에서 50초76을 기록해 4위로 밀려났다. 결국 동메달도 목에 걸지 못한 채 대회를 마쳤다.
두쿠르스는 "이미 톱 자리를 잃었다. 모두 봤을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카드로 지은 집과 같다.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을 잃는다. 다시 좋을 때로 돌아가지 못했다.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린다는 것을 알았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그는 "뭘 할지 생각할 시간이다. 아마 다른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오래 뛰었고 힘든 일이었다. 4년 동안 오직 하나만 생각하고 나아갔다. 그러나 그게 스포츠다. 때로는 아주 잔인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은 미래에 대해 어떤 것도 말하고 싶지 않다. 아직 아무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계속하기 위해서는 내가 납득하고 분명한 목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쿠르스는 2009-2010시즌부터 2016-2017시즌까지 8년간 스켈레톤 황제로 군림했다. 올림픽급 무대인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차례(2011~2012, 2015~2017)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두쿠르스는 처음 참가한 2006 토리노 대회에서는 7위, 2010 밴쿠버와 2014 소치에서는 나란히 은메달을 걸었다. 황제로 군림하면서도 올림픽 금메달을 향한 아쉬움은 떠나질 않았다.
한편 두쿠르스의 아버지이자 봅슬레이 브레이크맨 출신인 다이니스 두쿠르스 라트비아 스켈레톤 대표팀 코치는 라트비아 매체 'NRA'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이 순간, 감정적으로 좋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들, 아이들과 함께 하며 생각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몸상태를 모두 체크하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아들의 은퇴성 발언이 일시적인 기분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좀 더 미래를 생각할 것이다. 다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세계선수권대회는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다"면서 "어려운 코스지만 우리는 잘 알고 있는 코스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은퇴는 그 시즌 이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etmeout@osen.co.kr
[사진] 강릉=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