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나 수비가 안 되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타자로는 여전히 자신 있다".
NC는 11일(이하 한국시간) 사인 앤 트레이드로 최준석을 영입했다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4년간 롯데에서 뛴 최준석은 올 시즌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 신청했다. 그러나 시장에서 최준석을 향한 시선은 냉담했다. 결국 개장 100일 넘게 팀을 찾지 못했고, NC와 5500만 원에 계약하며 행선지를 구했다.
그간 최준석의 행보를 두고 여러 이슈가 생산됐다. 실제로 10개 구단 모두 '최준석 영입에 관심없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김경문 감독이 그를 품기로 결심하며 상황이 뒤바뀌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던 날들이었다. 최준석은 "걸음이 느린 것과 수비 폭 좁은 건 인정한다. 타격에 주루, 수비까지 되면 정말 좋은 선수다. 나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타격에 치중했어도 그 기대치를 충족했다. 일례로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을 달성한 2015년에는 그런 얘기가 쏙 들어갔다. 결국 내 잘못이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준석은 "여전히 타격에 있어서는 자신 있다. 이렇게까지 공격받을 만큼은 아니다. 팬들과 언론에서 말한 것처럼 체중이 많이 나가지만 어느 정도 감량했다. 사람들이 간과한 내 장점을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타자 최준석'은 얼마만큼의 생산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호언장담은 '근거 있는 자신감'이었다. 최준석은 롯데와 FA 계약했던 4년간 506경기서 타율 2할8푼8리, 87홈런, 351타점을 기록했다. 그의 말처럼 2014년에는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 고지를 넘기며 정점을 찍었다.
지난 4년간 최준석이 기록한 조정득점생산력(wRC+)은 125.6. wRC+는 100이 평균이다. 최준석은 지난 4년간 리그 평균보다 꽤 높은 수준의 타자였다.
최준석의 강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리그 최고 수준의 타구 속도, 다른 하나는 출루율이다. 최준석의 평균 타구속도는 여전히 김재환(두산)과 비견될 만큼 빠르다. 타구 각도가 낮은 게 흠이지만, 여전히 외야 곳곳을 찌를 타구 생산에 특화돼있다. 거기에 최준석은 FA 계약 4년간 출루율 4할을 정확히 찍었다. 팀이 한 베이스가 필요할 때 해줄 타자라는 점이다. NC는 그런 선수를 5500만 원에 1년간 쓰게 된 셈이다.
물론 수비와 주루에서는 본인이 인정한 것처럼 약점도 분명하다. 하지만 NC는 1루수 재비어 스크럭스, 3루수 박석민으로 시즌을 꾸려갈 전망이다. 거기에 지명타자와 1루, 3루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모창민이 건재하다. 최준석의 시즌 시작은 이들의 체력을 절약해주는 로테이션 혹은 대타 자원일 가능성이 높다. 필요한 순간에 수비나 주루 아닌 타격으로만 보여주면 된다.
최준석은 겨우내 15kg 감량하며 의지를 보였다. 그는 "밖에서 본 NC는 분명 대권에 도전할 팀이다. 작은 부분이라도 어떻게든 보탬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가성비만 따져봤을 때 최준석은 '한 번쯤 긁어볼 카드'다. 여기에 본인의 의지 역시 충만하다. 신인의 자세로 돌아간 최준석을 품은 NC. 이들의 시너지가 어떤 식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