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의 자세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십쇼!"
롯데와 NC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사인 앤 트레이드 소식을 전했다. '미계약 FA'로 남았던 최준석이 원 소속팀 롯데와 사인한 뒤 NC로 트레이드되는 내용. 롯데가 취할 반대급부는 없었다. 사인 앤 무상 트레이드였다. 2014시즌 앞두고 롯데와 총액 24억 원 FA 계약 체결했던 최준석의 직전해 연봉은 4억 원. 그러나 NC와 5500만 원 계약을 맺었다. 그만큼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다.
최준석은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NC 1차 스프링캠프지인 애리조나주 투산 에넥스 필드로 향했다. 15일 도착한 그는 이튿날인 16일 곧장 팀 훈련에 합류했다.
이날은 애리조나 전역에 비가 내렸다. 전날(15일)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더욱 굵어졌고, 야외 훈련 일정은 모두 취소됐다. 선수단은 실내에서 간단히 몸을 푸는 등 훈련을 진행했다. 김경문 NC 감독은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비 때문에 제대로 된 훈련을 못한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NC 관계자 역시 "매년 애리조나에 왔지만 이렇게 비가 꾸준히 내린 적은 처음이다. 지난해에도 며칠 비가 왔지만 훈련에 큰 차질은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최준석은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간단한 자기 소개 시간을 가졌다. 김평호 수석코치는 "다들 알지? 최준석이다. 우리 팀에 합류하게 됐다"라며 그를 소개했다. 최준석은 "열심히 할 테니 많이 도와주십시오! 신인의 자세로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짧은 각오를 전했다.
재비어 스크럭스의 통역 업무를 맡은 조민기 씨도 최준석과 함께 팀에 합류했다. 조민기 씨는 "노래 한 곡 하라"는 김 수석의 짓궂은 농담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넘버 '지금 이 순간'을 열창했다. 수준급 노래 실력에 최준석을 비롯한 고참급 선수들 얼굴에도 미소가 비쳤다.
최준석은 실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친 뒤 배팅 케이지로 이동, 타격 훈련까지 실시했다. 두산 시절 한솥밥 먹었던 이종욱, 손시헌 등 베테랑 야수들과 시종일관 붙어있었다. 겨우내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손시헌과는 몇 차례 농담을 주고받으며 파안대소하기도 했다.
최준석의 타격 훈련을 지켜보던 김평호 수석은 "적응 면에서는 별다른 걱정이 없다. 이미 베테랑 타자 아닌가. 선수들이 경기장에서도 많이 마주쳤고, (이)종욱이나 (손)시헌이처럼 함께 뛴 선수들까지 있다. 걱정할 필요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김경문 감독이 최준석에게 바란 건 단 하나, 베테랑의 역할이다. 김 감독은 그에게 "네가 여기서 할 일이 있다. 열심히 준비 잘하라"고 당부했다. 최준석의 목표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밖에서 본 NC는 분명한 강팀이었다. 이제 그보다 높은 곳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나 혼자 바꿀 게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열심히 해서 팀 우승에 보탬되겠다"고 다짐했다.
재활 중인 박민우는 "환영한다. 같이 하게 돼서 영광이다"라는 말로 최준석에게 첫인사를 건넸다. 이어 그는 "분명 베테랑 선배들의 한 방이 필요할 순간이 있다. 그 부분에서 (최)준석 선배님처럼 든든한 타자가 많지 않다. 테이블세터로서 기분 좋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최준석의 훈련 첫날은 불청객인 비 때문에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문에 오히려 더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실내 훈련이 진행됐다. 최준석과 NC의 발걸음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