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가장 뜨거웠던 프리에이전트(FA) 최준석(36·NC)이 드디어 팀 훈련에 합류했다. 원 소속팀 롯데 아닌 NC.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대권 도전에 보탬되는 것이다.
롯데와 NC는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사인 앤 트레이드 소식을 전했다. '미계약 FA'로 남았던 최준석이 원 소속팀 롯데와 사인한 뒤 NC로 트레이드되는 내용. 롯데가 취할 반대급부는 없었다. 사인 앤 무상 트레이드였다. 2014시즌 앞두고 롯데와 총액 24억 원 FA 계약 체결했던 최준석의 직전해 연봉은 4억 원. 그러나 NC와 5500만 원 계약을 맺었다. 그만큼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다.
최준석은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NC 1차 스프링캠프지인 애리조나주 투산으로 향했다. 15일 도착한 최준석은 여독을 채 풀지도 못한 채 16일 팀 훈련에 합류했다. 이날은 애리조나주 전역에 비가 내린 관계로 실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과 간단한 타격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을 마친 최준석과 잠시 만났다. 최준석은 "어제 숙소 도착하자마자 감독님께 인사드렸다. 계약 직후에도 전화를 드렸지만 직접 뵈니 느낌이 달랐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경문 감독은 최준석에게 단 한 가지, 베테랑의 역할을 주문했다. "네가 여기서 할 일이 있다. 열심히 준비 잘하라"는 말.
최준석은 이날도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는 등, 한 데 뭉치려고 노력했다. 이미 적응을 끝마친 분위기다. 그는 "나이가 좀 있고, 고참 축에 든다. 하지만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한다는 마음이다. 감독님과 (이)종욱이 형, (손)시헌이 형과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결국은 팀에 보탬이 되는 게 최우선이다"라고 다짐했다. 그의 등번호는 60번. 롯데 시절 25번, 두산 시절 10번을 달았던 그였기에 의외였다. 그는 "남는 번호를 골랐다. 이미 정해진 후배들 등번호를 빼앗고 싶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FA 공시 후 100일이 더 지난 시점에야 계약이 마무리됐다. 그 사이 선수의 가슴은 타들어갈 수밖에 없다. 최준석은 "느린 것도 맞고, 수비 폭이 좁은 것도 많다. 하지만 타격만큼은 자신있었다. 다 잘하는 선수들처럼 최고 클래스는 아니더라도 여전히 보여줄 게 있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하지만 언론에서는 병살타가 많다는 것, 느리다는 것, 과체중이라는 것만 부각했다. 3할-30홈런-100타점을 하면 수비나 주루 얘기가 나오지 않았다. 4년 동안 롯데에서 보인 성적이 이렇게까지 공격받을 만큼이었나 싶었다"라고 아쉬워했다. 최준석은 "결국 내가 많이 모자랐던 것이다. 이제 다 지나간 일이다. 되돌릴 수 없느니, 새 팀 NC에서 적응할 일만 남았다"라고 담담히 밝혔다.
계약이 더뎌지자 최준석은 독립야구연맹에까지 노크했다. "저니맨야구단 김상현 감독 겸 선수께 연락을 드렸다. '갈 수도 있다'고 말씀드리니 '언제든 와서 운동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라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야겠다는 마음 뿐이었다".
예년의 스프링캠프는 1월 중순, 지난해부터는 2월초에 시작됐다. 18년차 베테랑 최준석에게도 '훈련 없는 2월'은 낯설었다. "캠프 없는 시간이 보름이었다. 정말 많은 생각했다. 매년 1~2월은 운동하는 달이었다. 물론 개인 훈련을 했지만, 수비나 주루 등에서는 팀 훈련만 못하다. 남들 다 가는 시간에 혼자 국내에 남아있으니 심리적으로 복잡했다. 이제 야구가 간절하다. 독기도 생겼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렇게 됐다".
최준석이 밖에서 바라본 NC는 '강팀'이었다. 한국시리즈와 플레이오프 진출이 익숙한 팀이다. 새로 가세한 선수 입장에서는 그보다 높은 단계를 바라볼 수밖에 없다. 최준석은 "NC는 대권에 도전할 팀이다. 물론 나 혼자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건 많지 않다. 하지만 내 모든 목적은 NC의 대권 도전에 보탬되는 것이다. 베테랑으로서 물심양면 돕겠다"고 다짐했다.
최준석은 인터뷰 내내 단어 하나하나 힘주어 말했다. 맘고생에서 오는 우울함이나 답답함은 찾을 수 없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저 NC에 도움되고 싶다는 게 바람이었다. 그의 진심이 그라운드 위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지켜볼 일이다.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