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정의윤보다 낫다니까".
kt는 1일부터 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의 키노스포츠컴플렉스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 중이다.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탈꼴찌를 넘어 5할 승률을 목표로 구슬땀 흘리고 있다. 신인 네 명도 함께다. '특급 신인'으로 주목받는 강백호를 필두로 1차 지명 김민과 최건, 대졸 신병률 등이 선배들과 함께 캠프 담금질 중이다.
강백호는 지난 시즌 고교야구 모든 대회를 통틀어 타율 4할2푼2리(102타수 43안타), 2홈런, 32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 1.143. 고교 3년 동안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을 과시했다. 아울러, 투수로는 11경기에 등판해 29⅔이닝을 더지며 3승1패, 평균자책점 2.43을 마크했다. 기대는 당연하다.
강백호는 입단 전부터 '한국판 오타니'로 불리며 주목받았다. 1순위 지명권을 가졌던 kt가 강백호를 지명하는 건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kt는 여지없이 강백호를 지명했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포수와 투수로 나섰지만 프로에서는 마스크 쓰지 않을 전망. 대신 외야수로 나서며 투타 겸업 예정이다.
강백호는 겨우내 이지풍 트레이닝 코치가 짜준 훈련 스케줄대로 근력 강화에 매진했다. 그리고 1일 출국하며 비로소 프로 생활이 시작된 강백호다.
강백호는 캠프 초반부터 코칭스태프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사실 강백호가 보여줄 시간 자체가 많지 않았다. 강백호는 지난 6일 훈련 도중 발목을 살짝 다쳤다. 그리고 13일에서야 본격적인 타격 훈련을 개시했다. 강백호를 본 건 이제 막 일주일 남짓이 지났으나 그럼에도 놀라움의 연속이다.
김용국 수석코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했다. "1년차 박병호(넥센)-정의윤(SK)보다 낫다"는 얘기다. 박병호와 정의윤은 2005년 LG에 나란히 입단했다. 이때 김용국 수석이 LG 1군 수비코치로 있었다. 김 수석은 박병호와 정의윤의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켜봤던 셈이다.
이들은 11월 호주 캠프에서 처음 프로 무대에 합류했다. 고등학교 졸업도 채 하지 않았던 시점. 김 수석의 회상에 따르면, 이들은 훈련을 마친 후 본인들끼리 별도의 홈런 레이스를 펼쳤을 정도로 남달랐다. 비록 만개하는 데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리그 대표 홈런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김 수석은 강백호가 이맘때 박병호, 정의윤보다 낫다고 평가했다. "백호가 타격 직후 '아, 먹혔다'라고 읊조린 적이 있다. 소리로 듣기도 그랬다. 그래서 결과를 안 봤는데 다들 감탄하는 소리가 났다. 물어보니 멀찌감치 홈런이었다더라. 제대로 맞았으면 까마득했을 타구다".
김진욱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수많은 신인들을 봤지만 강백호는 확실히 진짜다. 기죽지 않고 뻥뻥 스윙하는 모습 자체가 보기 좋다"고 진단했다. '캡틴' 박경수도 "선배들에게 먼저 다가오는 모습이 기특했다. 관심을 한몸에 받는 데도 건방진 모습은 없었다"라고 칭찬했다.
수비 능력은 아직. 김용국 수석은 "좌익수가 결코 쉬운 위치가 아니다. 아무리 아마추어 때 외야 수비를 봤더라도 주 포지션이 아니었던 이상 조금 시간이 걸릴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물론 선수로서 그 부담을 이겨내는 게 중요하다. 아마추어 때 4연타석 홈런을 쳤던 박병호가 LG에서 만개하지 않은 이유를 떠올리면 된다. 김진욱 감독은 "본인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이런 관심이 어떻게 부담되지 않겠나"라며 "슬럼프를 겪을 때 본인의 진짜 모습이 나오게 된다. 이걸 잡아주는 게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역할이다"라고 진단했다. /ing@osen.co.kr
[사진] 투산(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