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에게 차디 찬 겨울바람이 불어 닥쳤다. 모든 구단들의 기조가 베테랑들보다는 젊은 선수들에게 초점을 맞추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품은 구단도 있었는데, NC가 바로 그랬다. 한파를 겨우 이겨낸 베테랑들에게 봄이 찾아올 수 있을까.
NC는 올해 오프시즌, 결과적으로 내부 FA와 외부 FA 시장 모두 참전했다. 30대 중후반의 FA 선수들이었다. 내부 FA였던 손시헌, 이종욱, 지석훈과 모두 잔류 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2월에 들어서는 미아 위기에 처했던 최준석을 롯데와 무상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했다. 한화가 30대 중후반을 향해 가는 내부 FA들을 모두 잔류시켰지만 외부 FA에는 눈독 들이지 않았던 것과는 조금은 대조적이다. NC의 기조도 한화와 마찬가지로 확실했지만 시장 막판 김경문 감독의 의지가 반영되면서 최준석까지 품었다.
NC는 지난 시즌부터 세대교체를 향한 의지를 조금씩 내비쳤다. 하지만 베테랑들에 대한 가치를 등한시하지는 않았다. 지난 시즌 전에는 베테랑들을 스프링캠프에 데려가지 않고 시즌을 준비했지만, 결국 시즌 중 어려운 시기에 소방수 역할을 해준 것은 이종욱과 손시헌, 지석훈, 그리고 지난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이었다.
FA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베테랑들이 느끼기에는 섭섭한 대우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대교체의 흐름대로 따라갔다면 협상 단계까지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손시헌이 2년 총액 15억 원, 이종욱이 1년 총액 5억 원, 지석훈이 2년 총액 6억 원의 금액에 결국 NC에 남았다. 베테랑들에게 다가온 한파 속에서도 이들에게는 따뜻한 보금자리가 주어진 셈이다. 여기에 한파 속에 벌벌 떨던 최준석에게까지 손을 내밀며 보듬기까지 했다.
이제 이들에게 남은 것은 지난 겨울의 아픔들을 씻어버리고 명예회복에 성공하는 것이다.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알릴 필요가 있다. 개인적인 동기 부여, 그리고 팀적인 활용가치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손시헌은 여전히 NC의 주전 유격수다. 당장 손시헌의 후계자와 대체자가 없는 상황이다. 손시헌이 존재 유무는 내야진 전체의 안정감과 직결된다. 아직까진 20대의 유격수들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지난해 124경기 타율 3할5푼 5홈런 45타점의 기록은 자신의 경쟁력을 스스로 증명한 사례였고, 경쟁을 자신하고 있다.
이종욱의 경우, NC의 젊은 외야 자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경쟁이 쉽지 않다. 손시헌과는 다른 위치다. 나성범, 김성욱, 권희동 등의 주전 자원들이 확고한 가운데 이제는 백업 자리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이종욱만의 허슬플레이와 주루 능력, 여기에 쏠쏠한 타격 능력은 젊은 주전 선수들을 위협할 수 있다.
지석훈은 내야 전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백업 능력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떨칠 예정이다. 그리고 천신만고 끝에 소속팀을 찾은 최준석은 지명타자와 대타 포지션의 역할을 맡으며 절치부심의 계절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KBO리그 대부분의 베테랑 선수들이 올 겨울에 찾아온 칼바람에 마음 아파하면서도 곧 자신의 일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칼바람을 이겨낸 베테랑들에게도 봄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NC에 모인 베테랑 4인방이 보여줄 수 있을까.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