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민규가 ‘로봇이 아니야’에서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까지 연이어 시청자를 찾아갈 기회를 잡게 돼 감격이라고 말했다.
지난 달 25일 종영한 MBC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에서 싼입으로 출연했던 김민규는 혹탈 역의 송재룡과 콤비 활약을 하며 드라마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여름 KBS 드라마 ‘쌈마이웨이’가 지상파 첫 드라마였던 그가 이렇게 톡톡 튀는 활약을 펼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바다.
“‘로봇이 아니야’에서는 그동안 했던 작품보다 비중이 커서 책임감이 더 컸고, 공부할 것도 많았다. 그래서 제게는 의미 있는 작품이다. 작가님께서 싼입을 쓸 때에도 ‘비밀이 없고, 약간의 조증이 있다’는 설정을 넣어주셨다. 그런 요소들을 연결해서 유쾌하고 즐겁게 보일 수 있도록 연기했다.”
그동안 단편영화나 연극 등 다양한 작품을 했지만 ‘수석연구원’이라는, ‘유학파’ 캐릭터를 처음 해본다는 김민규는 “처음엔 낯설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학벌, 직업보다 싼입이라는 사람에 포커스를 맞추니 고민이 사라졌고, 함께 콤비 호흡을 맞춘 송재룡과 함께여서 모든 게 다 잘 될 수밖에 없었다고 미소 지었다. 극중 혹탈도 선혜(이민지 분)와 이어지고 모든 캐릭터가 사랑을 찾는데 유일하게 싼입만 짝을 못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게 참 아쉬웠다. 혹탈과 싼입, 선혜의 삼각관계가 열린 결말로 끝날 거란 기대감이 있었는데 그렇게 됐다.(웃음) 작가님께서 산타마리아팀 내에서 주인공 민규(유승호 분)와 가장 가깝게 컨택되는 인물이 싼입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외로움과 인간관계를 보여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민규 곁에 산타마리아, 특히 싼입이 다가간다면 더 큰 매력을 보여주지 않을까 했다. 선혜와의 관계는 아쉬웠지만 그만큼의 멀티플레이 역할을 충분히 재미있게 해서 괜찮다.”
유승호가 맡은 김민규와 자신의 이름이 같아서 “이건 인연이야”라는 애착이 더 들게 됐다는 김민규는 주인공 유승호와 채수빈, 엄기준을 떠올리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현장을 늘 밝게 만드는 에너지를 가진 배우들을 보며 자신도 많은 것을 배웠다고 김민규는 따뜻했던 ‘로봇이 아니야’ 현장을 떠올렸다.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는데 승호와 수빈이가 제일 큰 몫을 했다. 힘든 스케줄을 하면서도 다른 배우들까지 밝게 만들어주는 에너지가 있었다. 엄기준 선배님은 악역의 이미지가 있었는데 첫인상부터 정말 밝아서 큰 임팩트로 남았다. 저에게 처음부터 ‘형이라 부르라’며 편하게 대해주셨다. 어떻게 저렇게 유연하게 대처하고 사람들에게 늘 활기 넘치게 다가올 수 있을까 싶으면서 참 존경스럽고 멋지다고 생각이 들었다.”
1988년생인 김민규는 2017년 KBS ‘쌈마이웨이’와 ‘드라마스페셜-우리가 계절이라면’을 통해 지상파 드라마 커리어를 시작했다. 스무 살부터 부산에서 연극을 했다는 김민규는 “사실 나름대로는 열심히 해왔다”며 차근차근 계단을 밟아왔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는 서울로 올라오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벌었고, 연기를 위해 악착같이 살았던 일화에 고생스러웠겠다고 말하니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스무 살 때부터 대학을 다니며 연극과 독립영화를 했고, 우연히 참여한 신인배우들의 영화 워크샵에서 ‘신의 퀴즈’ 오디션을 보게 돼 캐스팅이 됐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저만의 이야기와 노력들이 있었다. 집안사정이 힘들어서 학교에 못 돌아갈 뻔 했지만, 아르바이트, 장학금으로 무사히 졸업했다. 서울로 올라올 때에도 2년 가까이 주 7일 내내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오게 됐다. 고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기적으로 거기에 머물러야 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김민규는 자신을 믿고 천천히 쌓아가니 ‘로봇이 아니야’를 만나 주목을 받게 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4월 방송될 JTBC 새 드라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도 캐스팅돼 시청자를 만나게 됐다. 김민규는 “생각지 못한 기회들이 찾아왔다. 감격스러울 만큼 감사한 순간들”이라며 어떤 작품이라도 연기할 수 있는 자체가 정말 큰 감동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있는 그대로 보여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게 참 말은 쉬운데 어려운 일이다. 제 자신이 가진 것들이 보여지는 인물, 겸허하게 모든 것을 보여주는 연기를 하는 건 참 힘들다는 걸 알지만 언젠가 그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제 일상 하나 하나들을 제대로 잘 채워나가야 한다는 걸 새기고 있다. 나중에 10년 뒤에도 내 연기를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그런 배우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 yjh0304@osen.co.kr
[사진]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