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억 원 계약을 따낸 시즌보다 올해가 더 부담스럽다는 차우찬(31·LG)이다. 이유가 뭘까.
투수 최고 몸값을 받았지만 그 값어치를 해냈다. 차우찬은 2016시즌 종료 후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었다. 해외진출과 국내 잔류를 두고 갈등했고, LG와 4년 총액 95억 원 계약을 맺었다. 역대 투수 최고액이다.
부담이 컸을 법하지만 차우찬은 이를 해냈다. 28경기 등판 175⅔이닝을 소화하며 10승7패, 평균자책점 3.43(4위). 다승이야 투수 본인이 좌우할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정상급 투수임을 증명했다.
차우찬은 현재 재활조에서 몸을 만들고 있다. 2006년 2차 1라운드로 데뷔한 차우찬이 스프링캠프에서 재활 중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강불괴'라는 별명이 어울렸던 그에게는 다소 낯선 풍경이다.
물론 큰 염려거리는 아니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지난해 무리를 많이 해서 쉬어주는 차원이다. 여기서는 일반적인 재활 선수처럼 단계별 투구 프로그램(ITP)부터 시작 중이다. 개막전 합류는 본인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부상 전력이 있다보니 무리시키진 않을 생각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차우찬도 "아무래도 재활이 처음이라 부담스럽다. 어쩌면 지난해보다 더한 것 같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캐치볼 충분히 하고 있다. 특별히 심한 건 아니지만 조심스럽다. 미국 캠프 마지막 턴쯤에는 불펜 피칭 한 번 하고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가는 게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FA 첫해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직전 해보다도 성적이 괜찮았으니 '만족'을 말한다. 하지만 동의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유는 팀 성적 하락이었다. "LG가 직전 시즌 가을야구에 갔다. 그 이상을 바라고 나를 영입했는데, 팀 성적이 떨어졌다. 나 역시 전반기(16경기 7승5패, ERA 3.07)와 후반기(12경기 3승2패, ERA 3.95)가 달랐다. 순위 싸움에 보탬이 돼야 할 시기가 아쉬웠으니 만족 못한다".
여기에 한 가지 아쉬움이 더 있다. 시즌 막판부터 팔꿈치 통증으로 고전한 점이다. 차우찬은 "매년 스프링캠프 때마다 목표를 묻는다면 '안 아프고 시즌 마무리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난해는 그걸 실패했다. 만족할 리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는 재활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역시 목표는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것이다. "승이나 평균자책점은 꾸준히 풀타임 치른다면 어느 정도 자신 있다. 선발 30경기를 단 한 번도 못해봤다. 한두 번 정도를 제외하면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아야 가능한 기록이다. '건강한 차우찬이 선발 30경기에 나선다면?' 팀으로서는 도움되지 않을까?"라는 게 차우찬의 각오다.
LG에게는 두 가지 긍정 요소가 있다. 첫째는 '우승 청부사' 류중일 감독 영입이다. 차우찬으로서는 은사와 재회다. 차우찬이 삼성에 입단한 2006년, 류 감독은 코치로 재임 중이었다. 이어 2011년 감독에 오르며 차우찬을 중용했다. 차우찬은 "프로 생활 중 2016년 1년을 제외하면 매년 함께한 분이다. 그만큼 나를 잘 아신다"라며 "내가 지금까지 오르는 데 감독님 도움이 크다. 아무래도 설레고 좋았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친 뒤 "그래서라도 더 잘해야 한다. 결국 선수가 잘해야 감독님에게 피해가 안 간다"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김현수와 아도니스 가르시아를 영입하며 타격을 보강했다. LG로서는 지난해 방망이가 터지지 않아 고전했기에 반가운 소식이다. 차우찬은 "밖에서 보기에는 선수 한두 명 영입이지만, 안에서 느끼는 든든함은 상당하다. 그게 시너지다"라며 올 시즌 기대를 드러냈다. /ing@osen.co.kr
[사진] 파파고(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