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을 단지 ‘미남 배우’로 규정할 수 없는 이유는 많다. 대중에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며 작품 연구에 매진한다. 멋있는 모습만 보여주기 위해 자기 복제를 하는 캐릭터는 더 더욱 아니다.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그런 그가 영화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를 통해 다시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해 ‘1987’(감독 장준환)에서 이한열 열사 역할로 뜨거운 울림을 안겼던 그가 평범한 소시민으로 2개월 만에 컴백했다.
‘골든 슬럼버’는 대통령 당선 유력 후보 암살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택배기사 김건우의 도주 과정을 그린 추적 액션 드라마이다. 거대한 권력에 의해 한 개인의 삶이 철저히 망가질 수 있다는 가정으로 시작해 소박하고 순수했던 시절의 우정과 사랑을 담아 학창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며 마무리한다.
강동원은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7년 전에 일본 원작소설을 읽고 스토리를 한국적으로 전개하면 재미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제작사 집 대표님에게 제안했다”며 “권력에 부딪혀 억울한 일을 겪는 시민이 영화적으로라도 결말을 내는 걸 보고 싶었다. 현실에선 몇 십 년이 지나 무죄 판결을 받는다고 해도 충분한 보상조차 못 받는 거 같다.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는 것도 아니고. 그런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다”고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과정을 전했다.
강동원이 지난 2010년 영화 ‘초능력자’의 무대인사에서 영화 제작사 집 대표에게 ‘골든 슬럼버’의 영화화를 제안하면서 작품이 시작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판권을 구매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결국 2017년 1월 24일 크랭크인할 수 있었다. 약 4개월간 촬영했고 후반 작업을 거쳐 올 설 연휴에 개봉하게 된 것이다.
쫓고 쫓기는 도주극 안에 동창 친구들과의 우정이 더해져 범죄극과 드라마를 넘나드는 새로운 재미를 창조해냈다. 택배기사 건우 역을 맡은 강동원은 ‘잘생김’을 내려놓고 성실하고 정 많은 평범한 남자의 일상을 표현했다.
“살을 많이 찌웠다. 평소엔 68kg~70kg 정도인데 ‘마스터’를 끝냈을 당시 73kg~74kg 정도 나갔다. ‘골든 슬럼버’를 위해 더 늘려서 75kg 정도로 살을 찌웠다. 7kg 정도 찐 셈”이라며 “건우라는 사람이 어떤 일을 겪었을 때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행동을 할지 생각해봤다. 항상 정직하게 살아가는 친구이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하면 이런 표정을 지을 거라고 생각했다(웃음).”
이어 강동원은 “사실 건우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속 대수와 비슷한 면이 있다. 영화화를 제안했을 당시 내가 무조건 출연하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다”며 “단지 ‘영화화하면 어떨까?’라는 단계였다. 이후 시나리오가 나온 것을 보고 ‘내가 하면 잘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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