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바늘구멍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처지다. 눈도장을 받았고 기대주로 거듭났지만, 두터워진 선수층에 위치가 애매해졌다.
롯데는 지난해 마무리캠프에서 내외야 선수층의 발굴을 목표로 훈련을 진행했다. 특히 예비역들이 대거 1군 캠프에 참가하면서 1군 코칭스태프들이 이들의 기량을 확인하고 1군 합류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들 가운데 두각을 나타낸 자원들이 내야진에서 오윤석(26)과 전병우(26)였고 외야진에서는 조홍석(28)이었다.
오윤석은 지난해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전병우도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문제를 해결했고, 조홍석은 31사단에서 현역 군생활을 마무리 짓고 지난해 중순 퓨처스리그부터 차근차근 실전 감각을 찾았다.
2루와 3루 자원으로 평가 받았던 오윤석은 2016년 상무 입대 전, 잠시 1군 무대에 모습을 비추며 나쁘지 않은 타격 재능을 선보인 바 있고, 상무 입대 이후 벌크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전병우 역시 장타력에 기대치를 둔 자원이었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증량에 성공했다. 코칭스태프로부터 마무리캠프 당시 “송광민과 비슷한 느낌”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조홍석은 현역 입대 이전에도 1군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현역으로 군생활을 하면서 감각이 다소 떨어졌지만, 지난 마무리캠프에서 빠른발과 컨택 능력 등 다방면에서 제일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모두 예비역의 돌풍을 꿈꾸며 맞이했던 마무리캠프였고, 이들은 마무리캠프에서 조원우 감독을 비롯한 1군 코칭스태프로부터 내야외진의 선수층을 두텁게 할 자원으로 눈도장을 받았다.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 않았던 롯데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고충을 해소하게 만드는 소금 같은 자원이었던 셈.
스프링캠프에서 마무리캠프의 기세를 이어가야 했고, 이들은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에게 비시즌 팀의 전력 보강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구단 입장에서는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이들에게는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1루수 채태인을 영입하면서 전문 1루수가 이대호, 채태인 2명이 자리 잡게 됐다. 1루수도 가능한 멀티 내야수로 엔트리 한 자리를 노려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존 김동한, 황진수, 신본기, 문규현, 정훈과 경쟁을 펼쳐야 하고 신인 한동희가 급성장했다. 전병우와 오윤석이 비집고 들어갈 내야진 자리는 더 줄어들었다.
조홍석의 경우 직격탄을 맞았다. 민병헌이라는 대어급 외야수를 팀이 영입하며 주전 자리는 굳어졌다. 여기에 백업 자리를 두고 김문호, 나경민, 박헌도, 이병규 등과 경쟁을 펼쳐야 한다. 외야는 더욱 피 터지는 경쟁터가 된 셈이다.
마무리캠프의 기세를 잇기에는 스프링캠프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 현실적으로 1군 엔트리가 바늘구멍이 됐다. 틈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들은 “1군에 최대한 많이 붙어있고 싶다”고 입을 맞추며 각오를 표출하고 있다. 과연 이들은 마무리캠프에서 찍었던 눈도장을, 스프링캠프에서 ‘1군의 자원이 될 것이다’는 확신으로 바꿀 수 있을까. /jhrae@osen.co.kr
[사진] 오윤석-전병우-조홍석(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