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러 윌슨(28)은 LG의 외인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본인은 자신감이 가득한 상황이다.
1989년생 윌슨은 2015년 볼티모어에서 빅 리그 첫 발을 내딛었다. 2015시즌 9경기(5경기 선발)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50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후 두 시즌간 33경기(24경기 선발) 6승8패, 평균자책점 5.52로 좋지 못했다.
그런 윌슨에게 LG가 손을 내밀었다. LG는 1월 초, 윌슨과 연봉 총액 8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전했다. 이제 막 한국나이 29세의 젊은 투수. LG는 유망한 가능성을 높게 샀다지만, 윌슨으로서는 과감한 선택이었다.
LG는 윌슨에게 '외인 에이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결국 윌슨이 헨리 소사와 마운드 축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상수 투수코치 역시 "의욕이 대단하다. 본인은 빨리 적응해서 당장 100% 구위를 보여주고 싶어 한다. 의욕이 앞선만큼 오버페이스가 염려돼 자제시키고 있다"고 감탄할 정도.
윌슨은 1일(한국시간)부터 시작된 LG의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이제 막 2주 차를 향해 접어든 시점. 2월 중순 시작하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비해 빠른 시점이지만, 윌슨은 조금씩 한국 야구, LG에 적응 중이다. 윌슨은 "훈련량이 많지만 좋은 경험이다. 밸런스 맞추면서 페이스 따라가는 중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2015년부터 볼티모어에서 메이저리그 생활 시작. LG 동료 김현수와 닮아있는 스토리다. LG에 입단한 시기까지 공교롭게도 같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김현수가 외인이었다면, 이제는 반대다. "계약하기 전부터 김현수와 꾸준히 대화했다. 한국에서 같은 팀에 뛴다는 사실이 흥분된다. 서울을 비롯한 한국 문화부터 야구까지 많이 물어볼 것이다. 김현수가 잘 도와줄 거로 믿는다".
얼굴에서 늘 미소를 지우지 않는 윌슨. 팀 동료들과도 자연스레 녹아들고 있다. 윌슨은 "투수진 전체와 친해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최동환이 유독 장난을 친다. 재밌는 친구다"라며 "한국 야구를 많이 배우고 있다. 새롭다는 감정이 가장 많이 든다"고 강조했다.
윌슨은 입단 직후부터 야구 외적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준수한 외모 덕에 벌써부터 여성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야구페이지 '야구친구'에서는 윌슨과 왕웨이중(NC)을 두고 외모 투표 진행 중이다. 아직 이틀이 남았지만 윌슨은 이미 71% 지지율로 사실상 왕웨이중을 제칠 가능성이 크다.
그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자 "정말인가? 팬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만약 그 때문에 한 명의 팬이라도 잠실구장을 더 찾는다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다"며 기뻐했다. 이어 그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하지만 난 야구 선수다. 외모는 결국 야구 외적인 영역이다. 잘 던지는 게 중요하다. 야구로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윌슨의 목표는 단 하나, LG의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것이다. "매일 컨디션이 좋을 수는 없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조건 노력해서 LG의 승리 확률을 높이는 데만 신경쓰겠다"고 각오했다. /ing@osen.co.kr
[사진] 파파고(미 애리조나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