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투수 박세웅(23)은 매년 한 단계씩 성장을 거듭해 왔다. 이젠 유망주의 칭호를 떼고 롯데의 토종 에이스로 거듭났고, 그 발전을 멈추지 않기 위해 올 시즌 역시 마운드에서 업그레이드 된 에이스의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하고 있다.
박세웅은 지난해 28경기에 선발 등판해 171⅓이닝 12승6패 평균자책점 3.68의 성적을 거두며 데뷔 4년 만에 에이스급 투수로 발돋움 했다. 17번의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면서 승리의 최소 요건을 만드는 투구를 연신 펼쳤다. 전체 8번째에 해당하는 기록이었고 토종 투수들 가운데서는 양현종(KIA·20회), 장원준(두산·18회)에 이은 3번째에 해당했다. 박세웅에게 지난해는 잊지 못할 한 시즌이었다.
박세웅이 돌이켜 본 지난해의 감정은 대부분 만족이었다. 여전히 부족한 점도 있었는데, 전반기와 후반기의 성적 편차였다. 전반기 17경기 9승3패 평균자책점 2.81의 기록을 남겼지만, 후반기에는 11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5.07에 그쳤다.
그는 “지난해 전체적으로 좋은 기록도 있었고 만족하는 부분도 많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부족한 점도 있었다는데, 전반기와 후반기 기록의 차이였다”고 말했다. 항간에서는 박세웅의 체력 문제가 대두되기도 했던 터. 하지만 박세웅과 김원형 수석코치의 생각은 달랐다.
“후반기에 체력적인 부분을 많이 얘기하시는데, 김원형 코치님과 애기를 많이 하는 게 체력적인 문제는 없는 것 같다. 단지 실투가 많아졌고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실투가 생긴 것 같다”는 것이 박세웅과 코칭스태프가 판단한 후반기 부진의 원인이었다.
체력적인 문제는 자신있다는 것. 박세웅은 “체력적인 부분을 신경 쓰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전반기처럼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실투가 많아졌던 이유를 스스로 분석하자면, 안이했던 승부 패턴을 먼저 꼽았다. 그는 “볼넷을 안 주려고 빠른 카운트에 승부를 들어가다가 홈런을 맞은 경우가 많았고 그것이 실투였다. 작년에 홈런 맞은 것 중에 몇 개 빼놓고는 주자가 없을 때 홈런을 맞았다. 이제는 그런 부분을 줄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세웅의 지난해 피홈런 21개 가운데 16개가 1점짜리였다. 또한 21홈런 중 초구에 맞은 홈런이 6개, 3구 이내 승부에서 내준 홈런도 15개나 됐다.
또한, 지난해 6월25일 잠실 두산전(6⅔이닝 2실점)에 9승을 달성한 뒤 8월13일 대구 삼성전(5이닝 5실점)에서 10승을 거두기까지 7경기 동안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지독한 아홉수에 시달리면서 스스로 조급해졌고 투구 패턴도 단순해졌던 것이 아쉬웠던 후반기의 단면이었다.
박세웅은 “지난해 전반기에 좋았던 것은 커브의 빈도를 늘리면서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했고, 좋아졌던 것 같다”면서 “그런데 후반기에 승을 쌓지 못하면서 조급한 마음에 빠른공과 포크볼, 빠른공과 슬라이더 패턴으로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는 코치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그 부분에 공감을 많이 했다. 고쳐야 한다”고 답했다.
올해 역시 주무기인 포크볼과 슬라이더와 함께 커브도 그에 못지않은 비중을 둘 전망. 또한 몸쪽 승부를 과감하게 펼치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상대 타자로 만나왔고, 올해 처음으로 한솥밥을 먹게 된 민병헌의 조언도 한몫했다.
그는 “(민)병헌이 형이 처음 와서 말씀을 해주시던 게 ‘몸 쪽을 던지는 투수와 안 던지는 투수는 타자가 느끼기에 차이가 크다’는 것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모든 코치님들께서도 이 부분을 강조하신다”면서 “그동안에는 캠프에서 바깥쪽 코스를 연습한 빈도가 높았지만 올해는 포커스를 반대로 가져가 몸 쪽 코스를 더 많이 연습해보자고 마음먹고 있다”고 몸 쪽 승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호리호리한 체구가 박세웅을 더욱 강인하게 만들지만, 체중의 증량은 숙원사업과도 같았다. 일단 올해는 성공적이다. 박세웅은 “지금 84kg정도다. 지난해에는 79kg에서 시작했다. 매년 3kg이상 씩 증량을 시도하고 있는데, 올해는 그 정도 이상을 달성해서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이닝 소화를 할 수 있는 에이스, 그리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기 위한 에이스의 늠름함을 갖추려고 한다. “지난해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고 자부한다. 선발 투수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록도 이닝이다. 중간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박세웅이다.
이어 그는 “올해는 더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으로 가기 위해 전 시즌보다 상대 타자들에 대한 공부를 하고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연봉도 많이 오른 만큼(2억5000만원)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다”며 올 시즌 역시 마운드에서 위용을 떨칠 것임을 자신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