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부천=사랑 받는 악역"
지난 3일 종영한 '돈꽃'은 MBC 주말극다운 막장 요소로 가득했다. 재벌가를 배경으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캐릭터들의 사랑과 불륜, 서로의 뒤통수를 치는 끝없는 복수로 채워졌기 때문.
그러나 '돈꽃' 앞에는 특별한 수식어가 붙었다. 이른 바 '명품 막장극'. 그도 그럴 것이 김희원 PD-이명희 작가의 섬세하면서 쫀쫀한 시너지 효과와 연기 구멍 하나도 없는 명품 배우들의 열연 덕분이었다.
장혁과 이미숙이 다시 한번 이름값을 입증했고 이들을 탄탄하게 받쳐준 장승조 역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뮤지컬 무대에서 빛나던 그의 진가가 '돈꽃'의 장부천을 만나 활활 타올랐다.
지난 8일,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귀티나는 비주얼과 사랑스럽고 호탕한 매력은 장부천 그 자체였다. 나빴던 장부천을 마냥 미워할 수 없게 만든 장승조의 매력을 풀어본다.
◆"24부작, 깔끔하고 좋았어요"
장승조가 연기한 장부천은 청아그룹 장국환(이순재 분)의 장손이자 정말란(이미숙 분)의 유일한 아들이다. 평생을 그렇게 자란 장부천은 알고 보니 정말란이 오기사(박정학 분) 사이에서 몰래 낳아 청아그룹의 장손으로 키운 인물이었다. 장부천과 어린시절 함께 자라며 복수의 칼을 간 강필주(장혁 분)가 진짜 청아의 장손 장은천이라는 게 '돈꽃'의 큰 골자다.
"같이 작업한 선생님들, 동료 배우들, 감독님, 작가님, 스태프들 모두가 좋아서 저는 탁 얹어갔을 뿐이에요. 막장 요소가 다 있지만 다들 그걸 업그레이드 시켰죠. 좋은 퀄리티의 연기를 하도록 배우들 누구 하나 게을리하지 않았고요. 스태프들 역시 장면마다 고심해서 결과물을 냈죠. 모두의 조합이 잘 맞았어요."
'돈꽃'은 보통 주말극들과 달리 24부작으로 호흡을 짧게 했다. 그래서 매회 스피디한 전개가 펼쳐졌고 예측불허의 엔딩으로 시청자들을 짜릿하게 했다. 결국 20회 만에 시청률 20% 벽을 넘었고 마지막 회에선 자체 최고 기록인 23.9%(닐슨코리아 기준)를 찍었다.
"이렇게 사랑받을 줄은 몰랐어요. 매회 시청률이 올라서 촬영장에 있는 모두가 좋아했죠. 개인적으로 잘 나오길 바랐지만 이렇게 잘될 줄이야(웃음). 길게 갔다면 30% 시청률을 넘었겠지만 24부작은 가장 좋은 선택이었다고 봐요. 늘어지지 않게 우리가 할 얘기를 깔끔하게 하고 빠졌죠."
◆"제 눈빛이 부천이었대요"
장승조가 연기한 장부천은 여자를 좋아하는 다소 철없는 재벌 3세다. 묵직한 강필주 옆에 있으면 한없이 가벼운 캐릭터. 하지만 '돈꽃'에서 없어선 안 될 주요 인물이었다.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탄생한 셈. 시청자들은 나모현(박세영 분)을 두고 바람핀 장부천이 밉다가도 출생의 비밀을 알고 우는 그를 짠하게 바라봤다.
"제가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됐어요. 장부천 캐릭터를 두고 배우들 경쟁율이 셌다는데 감독님 말로는 제가 미팅 때 부천이 같은 눈빛을 발사했다더라고요(웃음). 무슨 짓을 해도 사랑받을 수 있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어요. 천성이 나쁜 놈은 아니라 불쌍해서 용서가 되는 그런 재벌 3세요."
장승조는 장혁, 이미숙, 이순재 등 쟁쟁한 연기 선배들과 주로 합을 맞췄다. 본격적으로 드라마를 한 건 5년 정도 됐는데 촬영장 자체가 배움의 현장이었다고. 긴장할 법도 하지만 장승조는 선배들의 배려 덕분에 애드리브도 치고 장부천을 더욱 매력적으로 그려냈다.
"장혁 형은 너무 닮고 싶은 배우예요. 눈빛이 정말 대단하고 상대를 편하게 배려해주죠. 전 복 받은 파트너였어요(웃음). 이미숙 선배님은 너무 멋지고요. 배우 일을 대하는 자세를 많이 알려주셨어요. 이순재 선생님 앞에서 '포커페이스로' 성대모사 한 것도 편하게 배려해주신 덕분이었어요. 잘 따라한다고 칭찬도 받았죠 하하."
◆"'돈꽃', 뼈에 새긴 작품"
장승조는 최근 겹경사를 맞이했다. '돈꽃'이 대박났고 인지도가 껑충 올라갔으며 지난해 말에는 MBC '연기대상'에서 남자우수상까지 받았다. 무엇보다 아내가 임신해 아빠를 예약한 것. 그의 아내는 천상지희 멤버인 뮤지컬 배우 린아다.
"아내가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초반에는 대선배들이랑 하니까 기죽지 말라고 파이팅 해줬는데 중반 넘어가서는 너무 재밌다고 응원해줬죠. 이제 진짜 아내한테 잘해줄 거예요. 원래 올해 활동 스케줄이 꽉 찼는데 임신으로 다 취소했거든요. 미안하고 고맙죠."
'사랑꾼' 장승조에게 도전하고픈 장르를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진한 격정 멜로. '아내 바보'의 뜻밖의 대답에 웃음을 터뜨렸다. 장승조는 가정과 배우 일은 별개라며 적극 해명(?)했다. 배우로서 자신을 신생아라고 표현한 그의 연기 열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 보고 싶은데 지금은 격정 멜로를 하고 싶어요. 깊은 스킨십 수위가 중요한 게 아니라 뜨겁게 사랑하는 진짜 멜로요. 나이가 있어서 청춘물은 못하니까 가벼운 것보다 끔찍히 올인한 멜로가 당기네요. 저한테 '돈꽃'은 뼈에 새긴 작품이에요. 배우로서 한 계단 더 올라가게 해줬죠. 제게 장부천은 배우로서 새롭게 태어나게 해준 신생아 같고요. 이렇게 큰 사랑을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met568@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